우크라 해커조직, 러시아 공군 조종사 아내에 접근…'애국 사진' 찍자 속여

입력 2023-04-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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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해커 집단에 속아 전투기 앞에서 사진 찍은 러시아 공군 조종사의 아내들. (출처=인폼 네이팜 홈페이지)

우크라이나의 해커조직이 러시아 공군 조종사들의 아내들에게 접근해 신상정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1일(현지시간)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은 우크라이나 해커 조직 ‘사이버 레지스탕스’가 최근 러시아 제960 공격 항공연대 지휘관인 세르게이 아트로슈첸코 대령의 이메일을 해킹해 다량의 군사기밀을 수집했다고 전했다.

인폼네이팜은 2014년 2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직후 러시아의 침략 증거를 폭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결성된 단체로 러시아군의 활동을 감시해왔다.

인폼네이팜이 사이버 레지스탕스로부터 받아 일부 공개한 정보 중에는 러시아 제960 공격 항공연대의 지휘관 세르게이 아트로슈첸코 대령의 생년월일을 비롯해 출생지, 거주지,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 신상정보와 의료기록, 급여명세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아트로슈첸코 대령이 지휘한 제960 공격 항공연대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피란민들이 모여있던 극장을 폭격한 연대로, 당시 600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숨진 바 있다.

이에 사이버 레지스탕스는 그의 아트로슈첸코 대령의 이메일과 개인 서신 등을 수개월 동안 해킹해 다양한 군사기밀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대의 조종사 명단, 성과 평가 기록, 각종 게시물과 메모, 계산 기록 등 다양한 군 관련 정보가 있었지만, 인폼네이팜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주요 관심사인 만큼 외부에는 이상의 정보 공개는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해커들은 제960 공격 항공연대의 러시아 장교로 가장한 뒤 아트로슈첸코 대령의 아내 릴리아 아트로슈첸코에게 접근해 비행장에서 애국 사진 촬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메일을 해킹한 뒤 ‘깜짝 선물’로 남편의 사기를 북돋우자며 다른 조종사들의 아내 및 여자친구와 사진 촬영을 하도록 설득했다.

결국 릴리아는 이 요청을 받아들인 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11명의 다른 조종사의 아내들과 비행장에서 남편의 군 제복을 입고 사진을 촬영했다. 릴리아는 해커조직이 남편과 같은 부대의 장교와 통신하고 있다고 생각해 해당 사진과 동영상을 지난 3월16일 제공했다.

해당 사진을 통해 제960 공격 항공연대 전투기들은 러시아군 상징인 ‘Z’ 표시를 뒷날개 별표와 겹치지 않게 칠하는 다른 일반적 부대와 달리 ‘Z’ 표시를 별표 위에 겹쳐서 칠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폼네이팜은 사이버 레지스탕스와 함께 공개한 이번 정보가 전체의 일부일 뿐이며 앞으로 추가 공개가 있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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