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은행 노조들 '개인 플레이'에 당혹

금융노조가 최근 소속 지부의 잇따른 '개인 플레이'로 인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임금 반납같은 중요 현안조차 지부가 독자적인 결정을 감행하면서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SC제일·신한銀 노조 잇따른 반기(?)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 노조와 신한은행 노조 등 예하 지부들이 최근 잇따라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노조의 대응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노사합의로 '임금 6% 반납해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인턴십에 국한됐던 금융권의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일이나, 금융노조에 위임된 임금협상권을 침범했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충분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SC제일은행도 4월부터 적용된 영업시간 조정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 영업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SC제일은행 노사 양측이 모두 기존 영업시간을 유지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영업시간 유지' 방침을 확정했으나, 금융권 전체나 금융노조 입장에서는 꽤나 거슬리는 대목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각 은행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은행 노조가 각자 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달 18일 금융노사간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금융노조의 구심점이 약해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신한은행 노조는 임금반납을 결정하면서 금융노조측과 일체의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특정 사안에 대해 은행측의 압박이 있을 때 금융노조와 긴밀하게 협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임금반납 결정은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이라면서도 "(상급기관인)금융노조에 사전에 보고를 하거나 협의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반납에 대해)사전에 보고를 받은 바가 없다"면서 "금융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의 노조 관계자도 "(임금반납의)취지는 좋지만 상급기관인 금융노조를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이라면서 "이번 일을 묵인할 경우 유사한 사례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한銀 노조, 징계 놓고 '여론 살피기'

하지만 이같은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 노조에 대한 징계 여부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금융노조로서는 오히려 '어려운 숙제'를 하나 더 떠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노조는 신한은행 노조의 임금반납 결정 사실을 이미 지난 10일 인지했으나 이후 닷새동안 징계는커녕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신한은행 노사의 '아름다운 결정'에 어설픈 비판을 가하거나 징계를 단행했을 경우 자칫 '밥그룻 챙기기'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임단협 협상력 저하로 이어져 자칫 소탐대실의 전형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독단적인 임금반납 결정에 대해 현재 노조 내부에서 징계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징계 수위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신한은행 노조도 사측의 압박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금융노조의 징계 논의와 관련 신한은행 노조는 징계가 있을 경우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징계를 해도 어쩔 수 없다"면서 "애초부터 (금융노조의)징계는 이미 각오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징계를 한다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권한정지' 수준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금융노조로서는 대책이 묘연한 상황이다.

특히 어설픈 징계로 인해 자칫 '勞-勞 갈등'으로 비친다면 금융노조로서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신한은행 노조에 대한 징계 여부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금융노조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