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게 다 그 대통령 때문이다

입력 2022-12-13 05:00수정 2022-12-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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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일환 부장. 조현호 기자 hyunho@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에 갑자기 팔뚝만한 쇠막대기가 날아들었다. 무서운 기세로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온 흉기는 그대로 운전자의 가슴에 박혔다. 운전대를 잡은 남성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그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옆에 타고 있던 예비신부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 대신 겪어냈을 고통의 크기는 감히 말과 글 따위로 헤아려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얼마 뒤 비슷한 사고가 났다. 이번에는 동승자가 머리를 맞았다. 50대 여성의 머리를 강타한 쇳덩이는 뒷 유리창을 뚫고 밖으로 날아가 다음 차량을 노렸다.

화물차 근처에서 운전했다는 죄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이 청천벽력은 화물차 불법개조와 과적, 과속이 뒤범벅돼 일어나는 ‘판스프링 사고’다.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이 끔찍한 일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불법과 난폭 운전을 일삼는 일부 비양심적인 화물차 기사들과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 문재인 정부가 말하지 않는,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땀 흘려 일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화물차 기사들을 비난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생명을 돈과 권력의 화수분으로 보는 소수가 무슨 짓을 했는지 고발하고 싶을 뿐이다.

시계를 되돌려 노무현 정부 시절로 가보자. 잘 알려진대로 화물연대 사태의 핵심 쟁점은 ‘안전운임제’다. 그리고 극한대립을 불러온 매개체는 ‘업무개시명령’이다. 안전운임제를 탄압하는 무기로 업무개시명령이 만들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업무개시명령이 노무현 정부 때 먼저 생겨났고,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가 시작했다.

원래 화물차는 등록제였다. 면허증과 화물차만 있으면 누구나 화물운송을 할 수 있었다. 화물차가 넘쳐다보니 저가경쟁이 치열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화물차를 ‘허가제’로 바꿔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 쌓았다. 더 이상 화물차가 늘어나지 못하도록 해 정부가 화물차 기사들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로 한 것이다. 대신 안전장치를 걸었다.운송거부 같은 집단행동으로 물류망이 마비될 수 있으니 정부가 강제로 화물운송을 지시하면 따라야 한다는 제도를 만들었다. 마치 20년 후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게 바로 ‘업무개시명령’이다.

때론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불경기가 찾아와 일감이 줄기도 했지만 화물차 허가제는 15년 넘게 큰 무리 없이 운영됐다. 하지만 잇따른 화물차 판스프링 사고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고, 문재인 정부가 개입하면서 질서는 깨졌다.

2020년 가을, 급격히 늘어난 판스프링 사고가 사회문제로까지 번지자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불법개조와 과속, 과적 등으로 다른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한 화물차 기사들은 과태료와 운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그들은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파업까지 벌였다. 이 때 등장한 단체가 바로 노동조합도, 사업자단체도 아닌 ‘화물연대’다.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여서 ‘화물노조’라는 이름은 쓰지 않으면서도, 소속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인 혼종이익단체다.

해결해야 할 것은 화물차의 생계가 아니라 무고한 운전자들의 끔찍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동문서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경찰의 불법개조단속은 유예(사실상 중단됐다)됐고, 대신 ‘안전운임제’를 도입해 화물연대를 달랬다.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승용차 운전자들은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제도는 ‘최저’ 운임제가 아니라 ‘안전’운임제다. ‘안전’이 전제조건이고 ‘충분한 소득 보장’은 그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우선 소득보장이 이뤄졌는지를 먼저 보자.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서울~부산 간 400㎞를 왕복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운임은 2019년 76만원에서 지난해 97만원으로 28% 올랐다. 인상된 운임이 물류비용에 반영돼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넘겨진 것은 초등학생도 알 법한 스토리다. 사람 죽어나가는 사고의 장본인이면서 되레 “길에서 죽고싶지 않다”는 적반하장 구호를 내세운 일부에게 처벌 대신 돈 주머니를 쥐어준 것이다. 여기에 3년 일몰제를 끼워 넣었다. 소득보장을 계속 해줄지 여부는 2022년 말에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올해가 하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였다는 점은 그저 우연일테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백번을 양보해 제도 도입 취지인 ‘안전’이 충족됐다면 이런 아이러니를 참고 넘어갈 최소한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화물차가 도로에 남긴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집계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결과’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첫 해인 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는 674건으로 시행 전인 2019년 690건보다 2.3% 감소했다. 하지만 그 것으로 끝이었다. 2021년 말 화물차 교통사고는 745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전체 자동차 교통사고 건수가 11.5%나 감소하는 동안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화물차 교통사고는 8.0%가 늘었다. 화물차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9.0% 늘었고, 과속 적발 건수도 1.8% 증가했다.(하지만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3년간의 성과평가’를 죽기살기로 거부하고 ‘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는 674건으로 시행 전인 2019년 690건보다 2.3% 감소했다’는 부분만 똑 떼서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원혼들의 한이 서린 ‘안전’운임제의 진실은 이렇다. 화물차주들의 수입은 늘고 화물연대는 민주노총과 연대해 조직화 하면서 물류권력도 손에 쥐었다. 반면 그들 말마따나 ‘길에서 죽고 싶지 않은’ 운전자는 여전히 화물차 옆을 지날 때면 정신 바짝 차리고 핸들을 움켜쥐어야한다. 이 모든 게 그 대통령이 해놓은 일들이다. 문 전 대통령, 당신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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