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머니무브] 경제활동인구 감소시키는 저출산 원인은

입력 2022-1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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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미혼인구 급증…출산으로 기회비용 상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출산율 저하 현상은 2010년대 접어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2017년 이후 5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왜 한국의 출산율은 이렇게 급격히 떨어지는 것일까?

소득 증가·유아 사망률 하락, 장기적 영향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앞서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출산율이란 여성이 생애에 걸쳐 낳을 것으로 추산되는 아이의 숫자를 측정한 것이다. 한 사회의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2.1명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한국은 이 수준 밑으로 내려간 지 30년이 넘었다. 30년 넘게 출산율이 하락했다면, 여기에는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출산율을 떨어뜨린 구조적 요인으로는 흔히 소득 증가와 유아 사망률의 감소, 그리고 미혼인구의 지속적인 증가가 지목된다. 소득의 증가가 출산율의 하락으로 연결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설명이 쉽다. 여성의 근로시간당 소득이 늘어나면,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해 1억 원의 연봉을 받는 여성 근로자가 출산휴가를 1년 쓴다면 1억 원이라는 수입을 포기하고 출산한 셈이다. 더 나아가 1년에 걸친 경력단절로 생산성 향상의 흐름이 끊어지는 데다 이후의 양육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나라는 대체로 출산율이 떨어진다.

소득 변화에 못지않게 유아 사망률도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상하수도 시설과 백신 접종 등의 보건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 5세 이하 아동의 사망률은 1000명당 180명 이상이었다. 태어난 아이들의 상당수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며 각 가계는 노후에 대한 보장 및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적정 수준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높은 출산율과 유아 사망률은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타국의 원조 혹은 기술 혁신 등으로 유아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진 뒤에 출산율도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급격한 감소 가장 직접적 원인은 미혼인구 증가

그런데 이상의 요인은 이미 60년 이상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1960년대 이전부터 이미 한국의 유아 사망률은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으며 70~80년대에 가장 강력한 경제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또 다른 요인의 개입이 불러온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혼인구의 급격한 증가다. 왜냐하면 기혼여성 출산율이 완만히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출산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2020년 인구 센서스에 따르면, 30~39세 여성과 남성의 미혼율은 각각 33.6%와 42.5%에 달했다. 5년 전에 비해 각각 5.5%포인트와 6.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한국의 젊은 남녀들이 점점 늦게 결혼하거나 혹은 아예 결혼하지 않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럼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기피하는 것일까? 완벽하게 그 원인을 파악할 방법은 없지만, 2020년 인구 센서스 결과는 한 가지 힌트를 제공한다. 교육 정도에 따른 미혼인구의 비율을 살펴본 결과, 고학력자들의 미혼비율이 높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0세 이상 4년제 대학 졸업자의 미혼율은 남성이 23.1% 여성이 20.0%에 달했는데, 이는 2015년에 비해 각각 2.9%포인트와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면 고등학교 졸업 학력자의 미혼율은 남성 13.0%, 여성 19.0%로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2020년 기준으로 25~64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대학을 졸업했고,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대학 졸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학력자의 결혼 기피 혹은 만혼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소득수준 높은 美·북유럽 국가는 왜

고학력자의 미혼 비율이 높은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기회비용으로 대부분 설명된다. 고학력자일수록 소득 수준이 높기에, 결혼과 출산이 불러올 경력단절의 손실이 더 커진다. 이 논리대로라면 학력 및 소득 수준이 올라간 나라는 모두 출산율이 떨어져야 마땅하지만, 미국이나 북유럽 등 세계 최상위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가진 나라의 출산율은 2% 전후에서 안정되어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이민이다. 새로운 나라로 이민 온 이들은 대체로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데, 이는 미국이나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한국과 함께 세계 최저 출산율을 다투는 홍콩과 독일조차 이민자 덕분에 출산율이 가파르게 반등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민 이외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선진국의 출산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아래 그림의 세로 축은 각국의 출산율을 나타내며,가로축은 25~34세 여성의 고용률을 보여준다. 한눈에 보더라도 젊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기회비용 이론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여성 경제활동 활발한 나라일수록 출산율 높아

결혼으로 잠시 일을 쉰 사람도 쉽게 복직이 가능하며,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제도와 문화를 가진 나라의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할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가 대부분 설명된다. 결혼 혹은 출산 이후 회사에 복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 비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가장 짧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근로자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튀르키예와 함께 가장 긴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기에 퇴근 이후 가사노동을 하기에 너무 지쳐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이유를 살펴보았으니, 다음 기고에서는 그 대안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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