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탈석탄 기준’ 논의 안 한다…정권 눈치보기?

입력 2022-09-22 21:30수정 2022-09-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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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탈석탄 전략' 상정 안 해
산업계 반발에 고심하는 국민연금...1년 넘게 '선언'만 비판도
'정권 눈치보기' 우려도…"결정하기 쉽지 않아"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서울남부지역본부에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투데이DB)

23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탈석탄 전략’이 구체화될지 주목됐지만 안건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석탄투자 기준선을 정하기 위한 용역을 마쳤는데도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탈석탄’이 전임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만큼 국민연금이 ‘정치적 셈범’을 고려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 열리는 ‘제5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보고 안건에는 ‘기후변화’ 혹은 ‘석탄 투자’ 관련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탈석탄 투자 관련 용역을 마친 상태로 투자 배제 석탄 기업 기준 등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환경·사회책임투자 등 시민단체들은 '탈석탄' 논의를 촉구하는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계 반발과 내부 투자 상황이 얽히면서 늦어지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석탄발전 매출 비중이 높은 발전공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재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시 용역을 맡은 딜로이트안진은 기금위에 투자 제한의 기준이 될 석탄발전 매출 비중을 30%에서 50% 사이에서 결정하는 3개안을 제언했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민연금은 해당 5개사(남부·서부·남동·중부·동서)에 2조8845억 원 규모의 채권투자(직접·위탁)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상반기 기준 석탄발전 매출 비중은 모두 50%를 웃돈다. 하지만 “50% 제한선을 택하더라도 당장 투자를 중단하는 게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에 우선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회책임투자업계는 과도한 우려라고 맞선다.

이에 국민연금의 ‘탈석탄 의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투자 제한선을 조율하더라도 최소한 보고 안건에 올리고 의견을 청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석탄채굴발전산업투자제한시행TF를 꾸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려 했으나 여전히 결론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야 의사결정을 위한 시작이 되는 건데 기금위 위원들에게조차 (중간 상황을)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결정을 미루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극적인 움직임에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국민연금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과 에너지 정책 방향도 석탄 투자 기준안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공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살펴보면, 강릉과 삼척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운영이 반영돼 있다. 탈석탄 투자 전략과도 반대된다.

사회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사실은 (기준 마련을) 벌써 해야 했는데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정치적인) 외부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 정부 분위기상 좀처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탈석탄 기준 결정을 미룰수록 시장 혼란만 키운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기후위기가 빨라지면서 금융기관들은 정치권과 자본시장으로부터 더 강한 ‘기후 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탈석탄 로드맵’을 구체화해서 투자대상 전체 기업들의 체질을 빠르게 개선시키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점관리사안도 개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환경에 기후변화를, 사회에는 산업재해를 명시한 수탁자책임지침 개정안이 심의·의결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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