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산분리 완화, 금융규제 이번엔 제대로 혁신을

입력 2022-07-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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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산(金産)분리 등 기존 금융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금융산업 혁신성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금융기업을 키우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9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런 목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불가침의 성역 없이 기존 제도와 관행을 근본 재검토해 글로벌 금융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국내 금융사에도 모두 허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금산분리와 업무위탁 규제의 완화를 핵심 과제로 꼽고, 금융·비금융 간 데이터와 서비스 융합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기틀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금산분리는 한국 금융산업의 해묵은 족쇄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4%)로 묶어놓았다. 또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고, 은행과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을 15% 이상 갖는 것이 금지돼 있다. 재벌기업이 은행을 지배해 사금고화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적과 함께, 비금융사의 위험이 금융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진 ‘빅블러’의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돼왔다.

이 규제가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제한적으로 완화됐지만 온전하지 않았다. 금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제대로 규제가 풀리지 않아 증자와 사업 확대에 발목이 잡혔었다. 그나마 빅테크·핀테크는 ‘인터넷전문은행법’ 적용으로 금융업이 가능했지만, 금융지주는 다른 산업을 영위할 수 없다.

미국은 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일반지주회사가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를 갖도록 허용한다. 금산분리는 신사업 진출과 투자기회를 봉쇄하고, 다양한 형태의 산업·금융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강화를 막고 있다.

업무위탁을 규제하면서 금융과 비금융 간 서비스·데이터 협력이 차단되고 있는 실태도 마찬가지다.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앞으로 IT(정보기술)·플랫폼 중심의 영업은 금융혁신의 대세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 편익 증진을 전제로 한 빅데이터 활용, 테크기업과의 정보 협력 등이 필수적이다. 금융산업이 디지털 뱅크, 온라인 예금·보험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 전개가 가능하도록 규제 체계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땜질에 그치는 부분적인 규제완화로는 안 된다.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앞서 나가는 전면적인 혁신 없이는 금융산업의 BTS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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