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개발 독립 이정표 세웠다

입력 2022-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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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2차 발사에 성공했다. 16일 쏘아올릴 예정이었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이날로 미뤄졌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후 4시 이륙한 누리호는 예정된 시각 1·2단 로켓과 위성덮개가 분리되고, 목표고도인 700㎞에 올라 탑재된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분리된 위성과 남극 세종기지의 첫 교신도 이뤄졌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리호 발사의 완전한 성공을 공식 확인했다. 우리 우주개발 독립의 역사적이고 가슴 벅찬 이정표가 세워졌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으로 만들고 한국 땅에 세워진 발사대에서 두 번째로 도전한 우주로켓의 성공이다. 누리호는 작년 10월 21일 1차 발사됐으나, 목표고도에는 도달했지만 3단 엔진이 예정보다 빨리 꺼져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이후 8개월 만의 재발사에서 계획한 대로, 계산에서 전혀 오차 없는 결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자력으로 1톤(t)급 이상의 중대형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로 우뚝 섰다.

한국이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에 나선 이래 10여 년 만의 결실이다. 이전의 발사체인 나로호(KSLV-Ⅰ)를 2009년 8월 쏘아올렸으나, 핵심 엔진인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고 2단 로켓과 위성체만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 나로호는 1차와 다음 해의 2차 발사에 실패하고 2013년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했다. 발사체 개발이 본격화한 2010년부터 2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 로켓엔진, 연료탱크, 발사대 등의 설계와 제작, 시험, 인증, 운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체기술과 국내 기업이 수행하고 완성했다. 누리호는 중량 200t의 3단 로켓으로, 1.5t급 위성을 600∼800㎞ 궤도에 올린다. 1단은 75t급 추력의 액체엔진 4기, 2단과 3단은 각각 75t과 7t급 엔진 1기씩으로 구성됐다. 국내 300여 기업, 500여 명의 인력이 개발에 참여했다.

누리호 성공으로 이제 우리 스스로 우주시대를 여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선진국들과 경쟁도 가능하다. 우주개발은 대표적 성장산업이다. 세계적으로 민간주도 사업으로 전개되면서 2020년 글로벌 시장규모 440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모건스탠리)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갈 길이 멀다. 정부의 확실한 우주개발 로드맵과 적극적인 투자로 기업 참여를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와 동일한 성능의 발사체를 2027년까지 4차례 더 발사해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경쟁력을 갖도록 돕는 데도 주력키로 했다. 누리호 로켓의 추력을 높이고 탑재 위성의 무게도 늘리면서, 발사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도 나선다. 이제 우주산업 개척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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