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1년 미뤄진 대기업 중고차 판매…심의회 현장, 어떤 이야기 오갔나

입력 2022-04-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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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관한 중소기업 사업조정심의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가 1년 뒤인 내년 5월로 연기됐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28일 사실상 ‘마지막 단계’였던 대기업 중고차 판매 건에 대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하고, '사업조정 권고안'을 의결했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음에 따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적으로 가능해졌지만, 다시 한번 제동이 걸린 것이다.

2시간 40분 늦게 마무리된 심의회,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중소벤처기업부 청사.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시작된 사업조정심의회는 당초 예정보다 2시간 40분 늦어진 오후 8시 40분에 마무리됐다. 회의 휴정 없이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심의회에는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민간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 총 10명이 참여했다.

오후 3시, 심의회 시작. 심의회는 전문기관 2곳이 수행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실태조사에선 대기업이 중고차시장 진입 시 변화될 자동차산업의 생태계, 중고차 업계 직접 종사자와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 명의 피해 규모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오후 4시, 신청인(중고차업계) 의견 청취. 중고차 매매업자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대표는 각각 40분씩 심의위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중고차업계는 대기업 시장 진출 3년 유예와 중고차 매집 제한을 주장했다.

오후 5시 30분, 피신청인(완성차업계) 의견 청취. 현대자동차와 기아 대표로 참석한 상무들은 심의위원들에게 사업개시 연기와 매입 제한은 절대 불가하고, 판매에 대해서는 2022년 4.4% → 2023년 6.2% → 2024년 8.8% 범위에서 제한 가능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오후 6시 30분, 위원들 간 토론 및 권고안 도출·의결. 10명의 심의위원은 전문기관의 실태조사, 각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후 약 2시간에 걸쳐 토론과 권고안 도출하고 의결했다. 토론에선 10명의 심의위원 중 2명은 중고차업계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고, 3명은 완성차업계의 입장을 내세웠다. 5명의 심의위원은 중립인 상태였다. 이후 합의 끝에 절충안을 만든 심의위원들은 투표를 진행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오후 8시 40분에 심의회가 종료됐다.

‘1년 진출 제한’ 권고안, 어떤 내용 담겼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대수 제한 권고안.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첫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판매업 사업개시 시점을 1년(2022년5월1일~2023년4월30일) 연기한다. 다만, 2023년 1월~4월에 각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판매가 허용된다.

둘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판매대수를 2년간 아래와 같이 제한한다. 판매대수 산출기준은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 자료의 직전년도 총거래대수(사업자거래(알선이전+매도이전)+당사자거래)와 사업자거래 대수의 산술평균값으로 한다.

셋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 시에만 매입한다.

넷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해야 한다. 이때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현대차・기아가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대수의 5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완성차업계 “1년 유예 유감”…중고차업계 “받아들일 수 없어 집행정지까지 고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인근에서 열린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중기부는 이번 권고안이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의 의견을 절충해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지만, 양 측 모두 심의 결과에 대해 유감 뜻을 밝혔다.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은 현대자동차·기아에 대한 사업조정 결과에 대해 “중고차시장 선진화에 대한 그동안의 소비자 요구와 국내산의 수입산과의 역차별 해소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완성차업체는 수입차 업체 대비 차별적 규제를 상당 기간 더 받게 됐다”며 “가장 나쁜 규제는 창의성과 혁신,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규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업들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보장하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시장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기능의 조정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권고안에 아쉽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 견해를 밝혔다.

중고차업계는 이번 심의회 결정은 온전히 대기업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받아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대다수가 아니라 전부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심의회 결정에 법원 집행정지와 집회시위 등 완성차업계의 시장진입을 저지하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유예 결정에 대해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1년이라는 것은 대기업이 오늘 당장 진출하라 해도 사업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따지면 1년이 소요된다”며 “1년 유예해줬다는 것은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 맞춰준 격”이라고 비판했다.

중고차업계는 매집제한을 하는 셋째, 넷째 권고안 항목도 비판했다. 관계자는 “셋째 항목은 정말 이상한 말장난 한 것”이라며 “고객이 요청할 수 있게 완성차업계가 시스템을 만들어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넷째 요건인 경매 부분에 대해서도 “경매장을 차리는 데 큰돈이 들어가는데 중고차업계는 그럴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업조정 권고는 3년, 그 이후는 어떻게 되나…앞으로도 가시밭길

현대차·기아에 대한 이번 사업조정 권고는 3년(2022년5월1일~2025년4월30일)간 적용되며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따른 조치가 취해진다.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고안에 따르면 3년의 기간 이후에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판매 제약은 사라지게 된다. 2025년 4월까지 현대차 4.1%, 기아 2.9%로 제한되던 중고차 판매대수 완전히 풀리게 되고 매집제한도 사라진다.

다만 중고차업계가 사업조정 권고안에 대해 유예를 신청하면 최대 3년까지 연장돼 총 6년간 이 권고안이 유지된다. 현대차·기아 중고차 판매와 매집제한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 간 충돌과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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