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재계 잡셰어링 '한목소리'…노동단체 반발

입력 2009-02-27 17:43수정 2009-02-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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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일방적인 고통 분담 강요 반발

정부가 경제난 타개와 고용 창출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의 대졸초임 연봉을 삭감하는 것으로 시작된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 기존 근로자의 연봉 동결내지 삭감으로 까지 확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향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최근들어 지속적으로 지난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보다 현재의 잡셰어링의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매경이코노미스트 강연에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잡셰어링을 국민운동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근로자가 기존 임금의 10%를 삭감하면 이 가운데 5%를 소득공제해 주기로 하는 방안을 국회가 정상화 되는 대로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지난 25일 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에 참석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대규모 해고를 피하고 1년만 잘 버티면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내셔널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부와 재계로 급속히 확산

정부의 이러한 취지의 잡셰어링 움직임은 이달 중순 이후 재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차관급 이상 정무직 280여명은 이미 지난 19일 차관회의에서 앞으로 1년간 봉급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별 움직임도 활발하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달 월급부터 실장 5%, 국장 3%, 과장급 2% 정도를 떼어 어려운 이웃 돕기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도 다음달 부터 5급 이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월급 자율반납을 시행하기로 했다. 자진 신청자에 한해 실장급은 월급의 3~5%, 과장급은 1~3%선 등으로, 매달 5600만원 정도를 모아 사회 취약계층 지원에 쓸 계획이다.

윤증현 장관은 27일 "재정부도 월급 삭감 등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다른 정부부처로의 확산도 급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열린 '제8차 비상경제 대책회의'에서는 평균 3000여만원에 육박하는 공공기관 대입 신입사원 연봉을 민간기업에 준하는 2500만원까지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97개 공공기관중 대졸초임이 2000만원 이상 기관중 실태 파악이 완료된 116개 기관은 즉시 시행토록 하고 나머지 181개 기관에도 초임 인하를 조속히 추진해 공공기관별 보수 수준에 따라 삭감률이 1~ 30%까지 차등 적용해 추진하기로 했다.

재계도 지난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30대그룹 채용 담당자들이 모여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임금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고용을 유지하거나 신규 또는 인턴 채용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 노동계, 일방적인 고통 분담 강요 반발

하지만 노동계는 일자리 나누기의 핵심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기회 확산에 있음에도 정부와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경제위기로 팍팍해진 삶에 일방적인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 노조는 26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율 반납이라는 명목하에 반 강제적으로 임금 삭감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총력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 공무원은 "행정안전부가 지침을 만들어 각 부처에 공문형식으로 돌리거나 메일 등으로 만들어 보내게 되면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유선 통화 등을 통해 이를 시행하도록 권고형식을 활용할 것으로 본다"며 "자발적인 참여라고 하지만 사실상 압력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 삭감이라는 즉시 실행 가능한 목표와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이라는 불투명하고 선언적 목표를 맞바꾸는 것은 노동자 생존권에 대한 즉각적 위협일 뿐"이라며 "기업은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내 유보금으로 소득 저하를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또 "노사민정 합의 등은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며 "일방적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이 계속된다면 노동자들은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생연합은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업들은 대학졸업자의 초임 삭감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결국 취업 준비생에게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고용 촉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임금 삭감으로 단기적으로는 적자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얇아진 호주머니로 인해 내수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는 "인건비를 절감해서 경제 위기를 넘어선 나라는 없다"며 "임금 삭감은 최악의 경우에 임시적인 조치로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경제위기 극복의 근본 해법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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