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남녀칠세부동석, 독서실 남녀혼석 규제 '위헌 판결'

입력 2022-02-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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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좌석 선택은 자율 보장돼야 하는 사적 영역
혼석이 성범죄 일으킨다는 잘못된 인식 기초한 것

▲독서실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독서실 남녀좌석을 구별하지 않으면 교습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전라북도의 조례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독서실이 전북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교습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주교육지원청은 2017년 12월 A 독서실을 점검해 배치도상 남성 좌석으로 지정된 자리를 여성이 사용하는 등 뒤섞여있는 것을 적발하고 교습 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전북도 학원운영 등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독서실 열람실을 남녀로 구분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 독서실은 해당 조례가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어긋난다는 등 이유로 전북 교육행정 심판위원회에 재결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독서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1차 위반만으로 교습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무겁다"며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동일공간에서 좌석 배열을 구별한다고 성범죄가 예방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녀혼석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반드시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남녀좌석을 구분해 배열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이성과의 불필요한 접촉 등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A 독서실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남녀좌석 선택은 독서실 운영자와 이용자 자율이 보장돼야 하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개입했다"며 다시 A 독서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혼석 때문에 학습 분위기가 저해되거나 성범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같은 성끼리 대화나 소란행위로도 학습 분위기가 얼마든 저해될 수 있으므로 혼석에서 대화나 소란행위가 빈번할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혼석을 금지해 성범죄를 예방한다는 목적도 "여성과 남성이 한 공간에 있으면 그 장소의 용도나 이용 목적에 상관없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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