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는 19일(현지시간) 경기침체를 재차 확인시켜준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신용카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지난 2002년 10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89.68포인트(1.19%) 하락한 7465.95에 장을 마감, 지난 6년만에 다우 7500선이 붕괴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9.48포인트(1.20%) 밀린 778.94에 거래를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전장대비 25.15포인트(1.71%) 내린 1442.82에 장을 끝마쳤다.
미 증시는 이날 주요 주가지수가 작년 11월 기록한 저점에 근접했지만 경기부양책과 주택차압 해소책에 힘입어 11월 저점 밑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저가 매수가 유입돼 상승 출발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를 확인하는 부진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발표된데다 신용카드 디폴트 우려가 부각돼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꾸준히 낙폭을 확대했다.
다우지수는 장 마감 20여분을 앞두고 작년 11월 기록한 저점인 7450.34를 하회했으나 이내 낙폭을 줄였지만 7500선 재탈환에는 실패했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수급자수는 62만7000명으로 시장전망치인 62만명을 상회했다. 실업수당 수급자수는 총 499만명으로 증가해 4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월 필라델피아 연준 제조업지수도 18년래 최대폭으로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월 제조업지수는 -41.3을 기록해 전망치 -25를 크게 하회, 1월 -24.3에서 17포인트 급락해 199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와 경기선행지표는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냈지만 분위기를 돌리지 못했다. 1월 생산자물가는 시장컨센서스를 웃도는 0.8% 상승세를 보였다.
1월 경기선행지수는 0.4% 상승해 역시 예상치를 상회,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006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0.4% 상승하며 경기선행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휴렛패커드(HP)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데다 실적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날 기술주 약세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됐다. HP 주가는 이날 결국 8% 가까이 급락했다.
HP의 회계연도 1분기 순익은 19억달러(주당 75센트)를 기록, 전년동기의 21억달러(주당 80센트)를 밑돌았다. HP는 오는 2분기 주당 순익 전망치를 70~72센트 범위로 제시했다.
HP의 영향으로 애플이 3.9% 하락하고 델과 IBM이 6%, 3%씩 각각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도 1%, 2.4%씩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신용카드 디폴트가 급등할 것이라는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경고로 금융주들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의 주가는 14% 이상 하락, 다우지수를 6년래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미국 2위 보험사 푸르덴셜 파이낸셜은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으로 정부의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16% 급락했다.
미국 최대 신용카드업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주가는 8.7% 하락해 1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의 주가도 12% 급락했다.
피치는 이날 실업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신용카드 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것이라며 신용카드 디폴트 비율이 전 고점인 7.53%를 웃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4.26달러(12.31%) 오른 38.8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