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피시장이 중첩된 악재들과 금융 불안감 확산으로 올해들어 두번째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뉴욕증시가 프레지던트 데이로 휴장한 가운데 유럽증시가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로 동반 하락했다는 소식에 1160선에서 소폭 하락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규모가 확대되면서 낙폭을 늘려나갔습니다.
나스닥선물의 급락과 함께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신청설, 북한 미사일 발사 임박 보도 등으로 장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주변 아시아증시들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좀처럼 낙폭을 만회하지 못한 지수는 전일대비 48.28p(4.11%) 내린 1127.19p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1776억원 순매도로 6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갔고, 기관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3348억원어치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맞선 개인은 4805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도(-5497계약)와 이에따른 베이시스 악화로 인해 차익거래 매도(-1662억원) 위주로 2562억원 순매도를 보이며 지수를 압박했습니다.
주요 아시아 증시들이 동반 급락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93% 급락세로 돌아섰고 일본 닛케이지수(-1.35%), 항셍지수(-3.79%), 가권지수(-2.17%), 싱가포르지수(-2.70%) 등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동유럽발 금융위기 우려에다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 포기 여파로 금융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외환시장도 흔들렸습니다. 주가의 폭락이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원화가치 급락이 다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연출됐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엿새째 급등하며 두달여만에 1450원대로 치솟았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8.00원 급등한 1455.5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금융시장 불안감에다 추가경정 예산 편성 규모가 클 것이라는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의 언급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며 채권가격이 급락, '트리플 약세' 행진이 이날도 이어졌습니다.
전업종 하락, 신용경색 부담 금융•건설株 급락
금융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신용경색에 특히 민감한 건설주와 금융주들이 주눅들었고, 환율 급등으로 파생상품 평가손실 규모가 커지는 조선주와 외화부채 규모가 큰 전기가스주, 해운항공주들이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습니다.
중앙건설(-10.53%)을 비롯해 삼호개발, 삼부토건, 진흥기업, 서광건설, 남광토건, 동부건설, 동양건설, 경남기업 등이 9%대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금호산업(-8.61%), 대우건설(-6.34%), GS건설(-6.08%), 현대산업(-5.64%), 대림산업(-5.10%) 등의 대형사들도 급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동부화재(-10.34%)와 메리츠화재(-10.12%), 하나금융지주(-9.68%), 우리금융(-6.83%), 교보증권(-8.98%), 우리투자증권(-8.78%), 삼성카드(-7.81%) 등 주요 금융주들이 신용위기 이슈 부각에 위축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제일화재는 한화그룹 피인수 소식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대중공업(-6.19%)이 시가총액 5위로 밀려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6.64%), 대우조선해양(-6.69%), 현대미포조선(-4.70%), STX조선(-7.77%) 등 조선주들과 대한항공(-7.30%), 아시아나항공(-7.05%), 한진해운(-10.94%), STX팬오션(-9.75%) 등의 해운주들도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전업종이 내린 가운데 기계(-6.68%), 건설(-5.60%), 금융(-5.25%), 전기가스(-5.23%), 운수장비(-5.14%), 운수창고(-4.87%) 업종의 낙폭이 컸습니다.
삼성전자(-2.68%)가 50만원를 하회한 것을 비롯해 POSCO(-3.05%), 외화부채 부담이 커진 한국전력(-5.25%), 현대차(-2.88%), LG전자(-3.29%), 두산중공업(-6.18%), 하이닉스(-8.27%), 한국가스공사(-7.29%), LG(-7.11%), SK(-5.66%) 등 주요 시총상위주들이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시가총액 4위에 등극한 SK텔레콤(-1.28%)과 KT&G(-0.73%) 등의 경기방어주들이 그나마 선전했고, KCC(보합)와 삼성전기(-0.47%), LG화학(-2.28%) 등 실적이 양호하거나 최근 성장동력 부각 종목들의 흐름이 견조했습니다.
최근 차별화 장세를 펼치던 코스닥시장도 글로벌 증시의 냉기류에 휘말리며 6거래일만에 하락세로 전환되며, 4.89% 급락했습니다.
태웅(-7.35%), 태광(-11.25%), 현진소재(-10.04%), 유니슨(-10.90%), 주성엔지니어링(-9.17%), 동국산업(-8.45%), 하나투어(-8.36%) 등 주요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급락한 가운데, 게임하이(6.86%), 동서(1.56%), 서울반도체(-0.25%), 셀트리온(-2.93%) 등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테마주들이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무더기 급락했습니다.
한편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 방안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가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고, 녹색성장주중 에피밸리(상한가), 이건산업(2.72%) 정도만이 오름세를 탔습니다.
어깨가 무거워진 뉴욕증시
중국을 제외한 여타 아시아증시들에 비해 올해들어 선전한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하며 국내증시가 더 큰 낙폭을 기록한 하루였습니다.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의 주식가치 달러평가액이 전일대비 6% 가까이 줄어드는 등 외국인 투자가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코스피 차트는 추세지지선을 살짝 이탈하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달러환산 KOSPI 차트는 60일선 및 1월 전저점까지 이탈하며 박스권 붕괴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날 증시하락을 사실상 주도한 외국인들은 지수선물을 5천계약 이상 순매도했습니다. 이과정에서 미결제약정은 6502계약이나 증가해 추가 하락을 염두에둔 신규 매도포지션 설정이 상당했음을 짐작케합니다.
글로벌증시와 평소 다른 행보를 보여온 중국증시를 제외하고 의미를 둘만한 선진 아시아증시는 일본증시일 것입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불안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위태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유럽국가들이 잇달아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금융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글로벌 증시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악재가 되고, 기술적 여건이 현저히 악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의 중심축은 여전히 뉴욕증시입니다.
휴장에서 돌아온 뉴욕증시가 오늘밤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고점이 점차 낮아지면서도 하방경직성은 나름대로 유지해온 S&P500지수가 800선을 방어해준다면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는 단기적이나마 진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탈시에는 조정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금비중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럽게 쌓아놓은 수익을 한번에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중 20여포인트 급락했던 나스닥 선물은 현재 낙폭을 30포인트 수준까지 늘리고 있습니다.
동유럽발 신용 부안감, GM 파산신청설 등 증시 여건은 비우호적입니다만 정책 기대감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므로 미리 겁먹기보다는 향후 뉴욕증시의 향방과 신용 이슈 악화 여부를 주시한 후 순응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신용불안감이 걷힐때까지 신용경색에 민감한 금융주, 건설주, 재무구조가 부실한 종목들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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