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속 시장안정 위해 법개정 급물살
금융위기 속에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한은에게 금융기관들에 대한 조사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은 지난 11일 한은이 금융 안정을 위해 자금조달과 운용 불균형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될 우려가 높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직접 한은이 조사를 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현재 물가 안정으로만 제한된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을 추가, 금융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도록 해 신용위기시 정부와 금융안정 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은이 금융위기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긴급 유동성 지원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한은이 제 역할을 하려면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개정안과 앞서 야당 의원들이 제출한 7개 한은법 개정안과 함께 2월 중 임시 국회에서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지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은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 등을 통해 한은의 역할 변화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한은법 개정은 이번 국회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 여야가 경제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한국은행법을 고쳐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담당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 여야 간사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과 민주당 이광재 의원도 그간 공식적으로 "한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은 한은에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법안들을 실무적으로 더욱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한은의 금융기관 조사권이 감독당국의 기능과 중복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외에 조사권이 부여될 경우 중복 조사여부와 이로 인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