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감 때 벌어지는 '인쇄 전쟁'…"파일로 보내면 안 되나?"

입력 2021-10-08 15:51수정 2021-10-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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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각종 책자가 책상 위에 쌓여있다. (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 각 실ㆍ국ㆍ본부가 11월 행정사무감사(행감)을 앞두고 '인쇄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의원들이 요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 책자로 만드는 관행 때문이다. 불필요한 인쇄비용뿐 아니라 공무원 업무 피로도를 줄이려면 책자로 만드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서울시와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 등에 따르면 시의회가 행감 때 서울시를 상대로 요구하는 자료 건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2019년 요구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의정활동지원시스템'이 구축된 후 큰 폭으로 줄었다.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1만5506건, 1만4040건을 기록했으나 의정활동지원시스템 구축 이후 2019년 1만1664건, 2020년 1만972건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관행적으로 행해진 '책자 만들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행감 때가 되면 많게는 1000쪽이 넘는 자료를 분권해 책자로 제작한다.

서울시 A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시의원이 요구하는 답변은 전자문서로 하는데 행감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진행될 때는 정해진 질문목록을 받고 한 번에 만들어서 책자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결위 때 만들어진 책자는 깨끗한 상태로 시의원 뒤에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인쇄비용도 적지 않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실ㆍ국ㆍ본부는 물론 투자출연기관까지 포함하면 행감 자료로만 약 4억 원 쓰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시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에 따라 답변 분량도 많아지다 보니 수 억 원에 달하는 인쇄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책자를 만든 뒤에도 공무원은 추가 업무를 해야 한다. 답변을 담은 책자를 손수레에 쌓아 분주히 나르고, 인쇄가 끝난 책자에 오·탈자가 발견되면 스티커를 제작해 일일이 붙이기도 한다. 비용과 함께 행정력도 낭비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행감 등 의회 자료도 파일로 보내면 안 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B 공무원은 "각자 컴퓨터에서 파일을 열어보면 좋겠다"며 "인쇄하고 편집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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