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외국맘들의 구세주…태권도가 '국뽕' 치사량인 이유

입력 2021-08-26 17:37수정 2021-08-27 15:0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얍얍얍!

힘찬 기합 소리가 들려오는 태권도장. 하양, 노랑, 파랑, 빨강, 검정 다양한 색의 띠를 허리에 두르고 사범님의 시범 동작을 따라 하는 학생들.

미취학 혹은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꼭 있다는 그 사진. 하늘 높이 발을 뻗은 태권 동작을 취한 아이들의 세상 강인한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검은띠’의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사진. 엄마들에겐 어떻게 기억될까요? 열에 아홉은 ‘육아 구세주’의 감사함만 새겨진다는 후문이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 참가국은 난민팀을 포함해 총 61개국이었는데요. 개막식에는 10명 이상의 태권도 선수가 기수로 참여하기도 했죠.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 가입국은 모두 210개국인데요.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211개국에 이어 가장 많습니다.

이처럼 많은 국가가 태권도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태권도 세계화는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운동할 때 비싼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죠. 경제 수준이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어느 나라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기간 뉴욕타임스에서는 “태권도는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관대하다”라고 평가했는데요. 기준 국제 스포츠계에서 소외됐던 국가들이 올림픽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을 준 종목이라고 덧붙였죠.

태권도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에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줬습니다. 아직도 유일한 메달이죠. 도쿄올림픽에서도 태권도 메달은 총 21개 국가에 고루 분배됐는데요.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튀니지, 북마케도니아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등 올림픽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국가들도 올림픽 메달을 걸 수 있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88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태권도는 ‘세계화’를 외치며 각국에 전파됐는데요. 생활 수준에 상관없이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는 가성비 운동 정도로 시작했죠. 하지만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은 그냥 ‘태권도’만 외국에 정착시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부모들이 열광해 마지않았던 ‘태권도 학원’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간 건데요. 태권도 꿈나무들을 건강하게 키우면서도, 학부모들의 무한지지까지 덩달아 얻는 방법이었죠.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도 못 할 ‘한국도장 시스템’은 입소문을 타고 외국 맘들의 마음에 콕 박히고 말았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걸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그 엄청난 체력에 부모들이 먼저 지쳐 쓰러지는 게 다반사인데요. 세상 지치지도 않는지 엄마, 아빠의 이중방어도 뚫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하루 소진할 체력이 남아있으면 밤에 잠은 그저 사치. 밤늦게까지 뜬눈으로 아기와 함께 놀아주는 통에 내가 놀아주는 또 다른 영혼이 놀아주는지 헷갈린다고 고백할 정도인데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이런 아이들의 모든 기운을 쏙 빼주는 그 감사한 곳이 바로 ‘태권도 도장’인 겁니다. 정말 줄기차게 뛰어다니고 움직이고 소리 지를 수 있는 곳. 그곳만 다녀오면 곧바로 잠자리에 드는 너무 기특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태권도 사범님은 그저 ‘빛’일 뿐이죠.

아이들 체력만 소진해줘도 그저 감사밖에 안 나오는데, 태권도 도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바로 학원으로 픽업, 강철 체력을 키워주고 소진하게 해주는 엄청난 프로그램뿐 아니라 간식 타임, 숙제 타임, 공부 타임 모든 걸 커버합니다.

간식도 같이 먹고 학교 숙제도 같이하고, 공부 보충까지 코스로 이어지죠.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집으로 데려다주며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여름방학에는 여름 캠프, 겨울방학에는 겨울 캠프, 생일에는 생일파티, 다이어트로 고민 중인 부모님들을 위한 특별 참여프로그램까지…. 일 년 열두 달, 육아에 지친 부모님들의 매일매일 달콤한 피로회복제가 되어주죠. 거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원비도 한몫하는데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그저 찬양이 방언 터지듯 나오는 건 태권도 성령의 은사일까요? 아시아 대륙 어딘가 붙어있는 한국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보내게 되죠.

부모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인데요. “차렷, 경례” 익숙한 한국말로 인사와 자세를 배우는 아이들. 단체생활에서 내가 지켜야 할 점, 웃어른을 대하는 태도, 존경심과 감사를 가르쳐 주는 유일한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태권도 세계화는 꿈나무부터, 아니 꿈나무의 부모님부터라는 엄청난 전략.

그 전략은 오늘날 태권도의 위상을 만든 기초가 돼줬죠. 고릿적 말이지만, 정말 여기에 딱 맞은 그 말.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그 어려운 걸 해낸 태권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