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개선추세 불구 채권단 자구노력의 일환인가
인수합병(M&A)시장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도 하지 않은 현대종합상사가 1월말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이 넘은 기업들도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할 정도로 국내 M&A시장이 얼어붙은 시점이어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외환, 우리, 산업은행과 농협 등 채권단은 1월 말 현대종합상사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을 마무리 짓고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사 지분 50%+1주의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에 이미 주간사가 선정됐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채권단은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달 26일 경기침체 등에 따른 금융경색을 고려해 현대상사의 워크아웃 기간을 1년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종합상사의 최근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채권단이 매각에 나선것은 좀 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한 기업을 M&A 시장에 내놓는 경우는 해당 기업의 지분을 채권단이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손실이 커질 것이란 판단이 섰을 때가 많다”면서 “종합상사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좋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전망도 밝아 이 같은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상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7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것이다. 더구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0% 이상 증가한 495억원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시장이 안 좋아졌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가격에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구조조정의 회오리를 피하기 위한 은행권의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현대상사의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정부는 올 초 20조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펀드의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데, 은행권에서는 이를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을 위해 은행의 뚜껑을 열어보면 은행간 재무구조 건전성이 드러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이 퇴출되거나 M&A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채권단 구성 은행들이 서로 간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사의 매각을 신속하게 결의한데에는 은행권의 위기의식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상사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경제 한파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에 채권단에서 매각을 서두르게 됐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도 “현대상사는 경영정상화가 이뤄진 기업”이라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M&A는 회사와 채권단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