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대안화폐’] 세금 못 매겨…불법 대금 사용에 상속까지 ‘악용’

입력 2021-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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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에도 취약

지난해 ‘성 착취’ 불법 영상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대다수 대화방은 불법 영상물의 대가로 가상화폐를 요구했다. 일부 대화방은 문화상품권이나 게임머니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 화폐를 통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공교롭게 이들이 요구한 화폐는 현재 법률로 보호하지 않는 ‘대안화폐’들이다.

화폐의 유통은 사용자 사이에서의 ‘신뢰’가 중요하다. 대안화폐 역시 사용자가 신뢰하지 않으면 유통되더라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게임머니는 사설 거래소에서 활발히 현금으로 거래된다. 두 화폐는 거래소 내에서 환율이 있을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가상화폐는 실제로 실물화폐를 대체하는 차원에서 등장했다.

게임머니 역시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PC게임 아이템에 대한 현금거래 이용 경험은 전체 연령에서 35.8%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금거래 인식에 대해선 ‘개인의 사안이므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29.5%로 조사됐다. 특히 20대에선 이러한 인식이 39.9%로 가장 높았다.

게임머니의 현금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일부는 합법적인 ‘거래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게임 리니지의 한 유저는 “게임 내 화폐로 실제 물건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가상의 화폐이지만 현실의 돈과 다르지 않으니 오히려 유저가 더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이들 대안화폐는 실물화폐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용자의 신뢰를 담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 법률로도 대안화폐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화폐임에도 법률적 보호가 취약하다. 따라서 대안화폐는 불법 대금으로 쓰이기도 하고 ‘탈세’의 유용한 방식으로도 거론되곤 한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 내의 아이템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거나 수억 원에 달한다. 게임 내 캐릭터의 가치도 부동산 가격에 상승할 정도로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아이템을 자녀에게 증여한 뒤 다시 되팔아 현금화해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통해 증여세나 상속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게임 내 재화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

게임 콘텐츠의 법적 분쟁과 관련된 유튜브를 운영하는 A 변호사는 “현재 게임 내 재화에 대한 소유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거나 상속을 할 수도 없다”며 “현재는 유저가 게임회사로부터 그 아이템 사용 허락을 받아서 잠깐 빌려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상으로는 게임 내 돈 또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인정되기 전까지는 이에 대한 과세나 상속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별도의 특별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과세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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