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산업부 기자
탄소배출 주범으로 낙인 찍힌 석화 업계 입장에서는 ESG가 이미지 세탁을 위한 기회일 수 있다. 나무를 심었다면서 친환경 경영을 강조하고, 도시락을 나눠줬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자부한다. 수혜자도, 제3자도 이들 기업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석화 업계는 특히 E(환경ㆍEnvironment)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탄소중립 달성에 앞장서는 것으로 탄소배출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여러 기업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기업 경영에 ESG 요소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한화는 위원 과반을 사외이사로 꾸리는 ESG위원회를 띄웠고, ㈜GS는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ESG위원회를 설치한 뒤 첫 회의를 열었다. SK㈜는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으로 ESG위원회를 꾸렸다. 금호석유화학은 위원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5월 ESG위원회를 띄울 예정이다.
업계에서 ESG 깃발이 오를 때 생산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포착됐다. 주요 석화 업체들이 있는 울산, 서산, 여수 산업단지에서 환경법 위반 사례가 잇따랐다.
올해는 한국바스프 계열사, 태광산업, 한화토탈, GS칼텍스 등이 환경법 위반으로 경고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면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LG화학, ㈜한화, 효성 등 주요 석화 업체들이 환경법 위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SG 홍보에 열을 올리는 만큼 “회사 이름을 기사 뒤쪽으로 빼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ESG를 앞세운 석화 업계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열기가 ‘E(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이어지리라 믿는다. “이 정도 과태료로”라는 인식이 찬물을 끼얹기에는 ESG 경영의 바람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