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전자금융거래법에 속타는 핀테크 업체들

입력 2021-04-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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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디지털뉴딜’ 전금법 국회 표류
계좌·송금 라이선스 도입 발목
금융권 “빅테크 위한 법” 반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전금법이지만 한국은행-금융위원회, 기존 은행-빅테크 업체 갈등 등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국회가 속도를 낼 수 없어서다. 전금법의 국회 표류에 중소 핀테크 업체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고 발목을 잡힌 신세가 됐다.

19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26일에 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전금법이 상정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법안소위에서 어떤 법이 논의될지는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 간사와 야당 의원 간사의 합의로 이뤄진다. 전금법의 경우 정무위원회다. 야당은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 법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보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금법으로 기관 간 파열음이 있었고, 금융업권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달 통과는 절대 안 될 것”이라며 “개정안 수준이 아니라 방대한 법이라 2~3번 더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금법은 정무위원회 위원장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법안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업자)의 신규 라이선스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은행의 고유 업무인 계좌 개설, 개설한 계좌 기반의 송금 서비스 등을 종지업자로 지정받은 핀테크 업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금법은 또 모든 종지업자에게 외부 청산 시스템을 두게 하고 청산 기관을 금융결제원으로 지정했다. 종지업자가 폐업해 고객의 돈을 찾을 수 없을 때를 대비해 금결원을 청산 기관으로 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은과 금융위의 갈등이 촉발됐다. 한은은 전금법에 규정된 금결원의 지급결제제도 운영과 관리는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라며 반발했다. 금결원이 금융위의 피감기관인 것도 한몫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금법으로 금융위가 금결원을 통해 빅테크 업체의 거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빅브러더(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한다는 뜻)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총재의 말은) 지나치게 과장”이며 “조금 화가 난다”고 맞받아쳤다. 금융 사고에 대비해 금결원을 세운 것이지 거래 내역을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에서다.

금융사들은 전금법이 빅테크를 위한 법이라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종지업자가 전자자금이체에 관한 업무를 할 수 있고 외국환업무, 본인신용정보관리업무 등을 겸영할 수 있어 은행과 같은 기능을 하는데도 법률적으로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규제 차익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권 관계자 역시 “종지업자의 후불결제업은 신용카드 여신 제공과 효과가 동일하다”며 “개인 결제 한도, 총 제공 한도, 가맹점 수수료 등 핵심 영업 규제에 대해 신용카드업의 규제 수준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 간, 금융업권 간 갈등으로 전금법 처리가 늦어지자 애타는 건 중소 핀테크 업체들이다. 종지업자와 지급지시전달업 등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사업 아이디어 구현이 늦어지면서 중소 핀테크 업체들은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전금법은) 중소형 핀테크 업체들엔 기회가 되는 제도”라며 “(전금법이 시행된다면) 최소 자본금으로 소형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시험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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