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차량 통신 기술 표준] (중) 지지부진한 이유는?

입력 2021-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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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정권 교체 등으로 ‘C-V2X 대세론’ 힘 빠져

정부가 올해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본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도 여전히 기술표준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간 이견에 더해 미국 정권 교체로 ‘C-V2X 대세론’이 굳어지지 않은 영향이다.

국토부는 누적된 연구로 안정성이 높은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웨이브) 방식을 지지하고 있고, 과기정통부는 롱텀에볼루션(LTE)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 셀룰러 기반 V2X(Vehicle to Everything)인 C-V2X를 지지한다. 이 같은 견해차는 부처의 태생적인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국토부는 인프라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인 탓에 안정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ICT를 전담하는 부처로 더 고도화한 기술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기술표준 도출 시점에 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달 둘째 주에 국토부와 협의를 다시 시작했다”며 “6월 전에는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6월 전으로 시점을 전망한 데에는 한국도로공사가 C-ITS 인프라 구축 실시설계 용역을 지난달 발주해 6월께 최종 보고서 마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능형교통체계의 표준화는 국가통합교통체계 효율화법 제82조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표준을 제정·고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관계부처인 과기정통부는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웨이브 방식으로 정했다고 해도, 관계부처 협의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다.

기술 표준 정립이 지지부진한 또 다른 배경은 ‘해외 동향’이 꼽힌다.

작년 11월 미연방 통신위원회(FCC)는 웨이브를 완전히 배제하고, C-V2X 용도로 활용한 5.9GHz 대역 주파수 용도 변경을 가결했다. 그런데 미국 교통부(DOT) 등에서 반발이 이어졌고, 바이든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국이라도 확정적으로 공표되면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기정통부는 산업의 생태계 관점에서 기술표준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인프라를 까는 입장에서 보면 당장 웨이브 방식을 채택하고 향후 5G-V2X 방식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시장성 관점에서 지향점을 C-V2X로 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또, 국토부에서는 5G-V2X의 상용 가능 시점이 2025년 이후라는 점을 ‘웨이브 지지’의 주요 근거로 들지만, 과기정통부는 상용화와 기술표준 채택은 큰 연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5G-V2X 를 차세대 기술로 검토하고 있다면 C-V2X로 표준을 정해야 부품 시장 등 생태계가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국가 주도적인 인프라 관점에서만 보고 결정하면 미래에 C-V2X 시장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완성차 시장에서도 5G-V2X에 대한 지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글로벌 5G 기술 기반 커넥티드카 상용화 추진단체인 ‘5G 자동차협회(5G Automotive Association, 5GAA)’를 통해 5G-V2X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국토부는 기본 안전 서비스는 웨이브 방식을 적용하고 더 발전된 서비스는 5G-V2X를 쓰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지금 C-ITS를 웨이브로 깐다고 해서 나중에 웨이브 방식이 무용해지는 것이 아니고, 향후 고도화한 서비스에는 5G-V2X를 적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웨이브와 C-V2X 병행 운영에 관해서도 두 부처 간 입장에 차이가 있다. 국토부는 LTE-V2X는 웨이브와 대체재 성격이 있어 배척하고, 웨이브와 보완재 성격이 있는 5G-V2X를 향후 병행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도로공사의 ‘5G-V2X 기술 도입 및 서비스 운영 방안 연구 용역’에서도 이를 위한 병행 운영을 위한 로드맵을 짤 계획이다. 5.9GHz 대역 채널별 운영안도 마련해 웨이브와 5G-V2X 구간을 나눠 병행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병행 운영을 하더라도 LTE-V2X와 5G-V2X 병행을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A차는 웨이브를 쓰고, B차가 5G-V2X 통신 방식을 쓰면 차량 간 통신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로공사는 “이 문제는 웨이브, 5G-V2X 병행 운영뿐 아니라 LTE-V2X, 5G-V2X 병행 운영 시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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