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G·SK 특허분쟁 합의, K배터리 도약 힘모아야

입력 2021-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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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분쟁에 전격 합의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의 생산과 수입금지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한을 하루 앞두고서다. SK의 LG에 대한 배상금은 현금과 로열티 1조 원씩 모두 2조 원이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양사가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는 조지아주 공장건설 등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LG가 후발기업인 SK를 상대로 자사 직원과 기술을 뺏어갔다며 2019년 4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만에 이뤄진 합의다. ITC는 지난 2월 SK의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향후 10년간 미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입을 금지토록 판결했다. 그러자 조지아주가 SK의 공장건설로 만들어지는 수천 개의 일자리와 혁신 제조업에 대한 투자, 전기차 공급망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줄곧 양사의 합의를 요구해왔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두 회사가 분쟁의 파국을 피하고 대승적 합의에 이른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물론 특허침해는 기업의 생사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 LG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양사가 진통 끝에 소송을 매듭짓기로 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분쟁을 봉합한 것은 ‘K배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보장하는 핵심 산업이다. LG와 SK, 또 삼성SDI 등 국내 3사는 작년 세계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 CATL과 글로벌 1위를 놓고 다투는 LG의 기술력은 최고 수준이다. 삼성SDI와 SK도 대규모 투자로 선두권으로의 도약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최근 차세대 전기차에 LG와 SK의 ‘파우치형’이 아니라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상당량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 CATL을 협력 파트너로 선택했다.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의 자급 전략이지만, LG와 SK의 분쟁에 따른 공급의 불확실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칫 기술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지켜온 K배터리가 중국 등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위기 신호다. 그런 점에서 양사는 이번 분쟁 종결로 그동안의 갈등을 접고 시장 장악과 기술개발의 우위를 지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협력의 시너지를 키워 산업경쟁력과 함께 K배터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최우선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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