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끝내 외면했는데 샤이진보?…“2030, 분노해도 차마 野 못찍어”

입력 2021-04-0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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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당 찍을 거라는 기대…부동층, 어느 '겨자'를 먹을까

오세훈과 격차 큰 박영선, 샤이진보에 기대 걸며 정의당에 손 내밀어
정의당, 연동형비례대표제 무력화 상처에 "염치없다"
이에 與ㆍ朴, 내곡동 의혹 고리로 오세훈 끌어내리기 몰두
그러면서도 샤이진보 희망 걸어…"차마 국민의힘 못 찍을 것"

▲5일 오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마지막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각자 자리로 가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샤이진보는 정말 있을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4일 샤이진보가 있다고 확신하며 이들의 결집을 위해 정의당에 도움을 청했다.

박 후보는 인터넷 언론 간담회에서 “샤이진보가 있다는 건 분명하다”며 “여론조사상에서 샤이진보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 같은 분들이 도와주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전화를 한 번 드렸다”며 “나중에 전화를 다시 한 번 하겠다고만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샤이진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까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앞선 데 대한 위기감에 있다. MBC·KBS·SBS 지상파 방송 3사 의뢰 코리아리서치·입소스·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오 후보가 50.5%로 박 후보(28.2%)를 압도했다.

큰 격차에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을 막고자 민주당과 박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되자마자 민심이 달라지고 있다며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도 ‘지지층 결집’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윤건영 의원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으면서까지 당 자체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격차가 줄었다고 발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깜깜이’ 상태에서 지지층에 희망을 설파하며 결집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샤이진보 결집의 극대화를 위해 정의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총선에서 처음 도입한 소수정당이 득표대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민주당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같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무력화시킨 기억이 커서다.

5일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어제 박 후보께서 ‘심 의원 같은 분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염치가 있어야 한다”며 “박 후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해 법의 실효성을 무력화시킨 당사자다.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해 단식까지 불사했던 정의당을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게다가 민주당은 1년 전 총선 당시 기만적인 위성정당을 통해 시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가로막았다.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정의당에게는 가히 정치 테러였다”며 “국민의힘과 기득권 정치 동맹을 공고히 했던 민주당이 그 어떤 반성도 사과도 없이 지금에서야 도와달라니 이게 무슨 염치없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민주당은 내곡지구 의혹으로 ‘오 후보 끌어내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 후보를 추가 고발했고, 박영선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로 주목받는 생태탕집 방문 여부를 증언하려다 포기한 해당 식당 아들을 경찰이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같은 날 선거 전 마지막 후보 토론회에서도 내곡동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주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과 박 후보는 샤이진보를 기대하고 있다. 왜일까. 그들이 말하는 샤이진보는 무엇일까. 바로 ‘차마 국민의힘을 찍지 못하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만나 “20~30대가 부동산 불공정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에 분노하는 건 인식하고 있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들에 중동으로 가라고 한 말도 잊힐 수 없어 차마 국민의힘을 찍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오 후보 의혹이 갈수록 더 많이 밝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실망감도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에 못지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실제 투표결과를 보면 여론조사와 상당히 다르게 한 자릿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마디로 청년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당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열성 지지층이 아닌 이상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똑같이 '겨자'일 거라는 점에서, 최근 숱한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을 오히려 '차마 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하지 못할 건 없지 않을까.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는 31일 서울 만 18세 이상 1007명 대상으로 무선 100%, 응답률 33.6%, 95% 신뢰수준 ±3.1%포인트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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