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유럽의 지식재산제도와 브렉시트의 영향

입력 2021-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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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FIF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의 정확한 의미는 ‘축구협회의 국제연맹’으로, 회원인 축구협회는 반드시 국가 단위에서 결성되지 않아도 된다. 영국 내 4개 지역의 축구협회는 모두 별개로 가입되어 있고, 자치령인 데다 그마저도 영국령과 미국령으로 나뉜 버진아일랜드의 두 협회도 각각 FIFA 회원으로 활동한다. FIFA 가입 축구협회는 대륙별 축구연맹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지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이스라엘은 중동과의 갈등으로 유럽축구연맹에 소속되어 있고, 오스트레일리아 축구협회는 오세아니아축구연맹보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유리한 아시아축구연맹으로 옮겼다.

이처럼 국제기구나 국제조약에 가입할 때 국가의 울타리인 국경은 모호해지기도 하는데, FIFA에서 예외를 만들었던 영국은 브렉시트를 하면서 지식재산 국제기구나 조약에서도 복잡한 사례로 떠올랐다.

유럽연합은 역내 지식재산권 제도를 통일한다는 목표 아래, 상표와 디자인부터 통합에 들어가 유럽연합상표와 공동체디자인으로 묶어냈다. 이는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서 등록과 취소 절차가 통일되었다는 뜻이므로, 회원국에서 벗어난 영국은 이 절차를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브렉시트 이전 유럽연합상표와 디자인을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보호하려면 영국등록부가 추가로 필요하고, 새로 출원하는 상표와 디자인은 유럽연합과 별도로 영국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허는 유럽통일특허제도를 만들던 도중에 브렉시트를 만나는 바람에 협의가 중단되어, 기존의 유럽특허조약(EPC)이 그대로 유지된다. 영국은 유럽연합에서는 탈퇴했지만 유럽특허조약에는 잔류하기로 해서 유럽의 특허는 브렉시트로 달라지는 내용이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유럽특허조약 가입국의 특허심사는 공통절차로 진행하고, 무효심판은 각 나라별로 제각각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독일에서 무효인 특허가 네덜란드에서는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도 있는 이 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역내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산업계가 유럽연합상표와 공동체디자인의 편리함을 이미 확인했으니 말이다.문환구 두리암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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