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기후변화에 빨라진 벚꽃…‘3월 식목일’ 시대 열리나

입력 2021-04-05 16:48수정 2021-04-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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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벚꽃 3월 24일 개화…기상 관측 사상 가장 빨라
기상청 지난달 ‘신기후 평년값’ 자료 발표…10년 새 0.3도↑
국내 낙엽활엽수 생장 기간 늘고, 고산식물 생육지는 감소
“기후 변화에 대응” 현행 식목일을 ‘3월로 당기자’는 전문가 의견

▲경남 함양군 오십리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해 있다. (사진제공=함양군청)

벚꽃이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왔지만 마냥 반갑지 않다. 기후 변화 위기 증상이 벚꽃의 발걸음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산업 개발과 무분별한 자연 파괴를 자행한 인간을 응징하듯 찾아온 기후 변화에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서울 지역의 벚꽃 개화일이 3월 24일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이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개화다. 평년 기록은 4월 10일로 무려 17일이나 빨라졌다.

(이미지투데이)

기상청 ‘신기후 평년값’ 10년 새 0.3도 높아져…기후 변화 현실화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내에 왕벚나무의 한 가지에서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벚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이유는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신기후 평년값’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2.8℃(도)로 이전(1981~2020년) 평년값인 12.5도보다 0.3도 상승했다.

기후평년값은 세계기상기구(WMO)의 기준에 따라 10년 주기로 산출되는 기후의 기준값으로 지금까지는 2011년에 발표한 1981~2010년의 기후평년값을 사용했다.

30년 단위로 평균을 낸 평년값은 0.3도 올랐지만, 10년 주기별 연평균 기온은 1980년대 12.2도·1990년대 12.5도·2000년대 12.8도·2010년대 13.1도로 10년마다 ‘0.3도씩’ 총 0.9도나 높아졌다.

계절의 길이도 달라졌다. 봄·여름은 이전보다 4일씩 길어지고, 가을은 1일, 겨울은 7일이 짧아졌다. 1981~2010년에는 여름이 6월 2일에 시작해 9월 23일 끝났지만, 최근 30년간은 5월 31일 시작해 9월 25일 끝났다.

(이미지투데이)

국내 낙엽활엽수 개엽 빨라지고 단풍은 늦어져…생태계 변화 심각

개화 시기가 빨라진 것은 벚꽃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의 ‘기후변화와 한국 산림의 식물계절 지난 10년간의 기록’ 보고서에 따르면 10년간 진달래·생강나무·산철쭉 등 낙엽활엽수 20종의 개엽일은 13.4일·개화일은 9.4일 빨라지고, 단풍은 4.2일이 늦어졌다. 즉, 개엽은 빨라지고 낙엽은 늦어지면서 식물의 생장 기간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로 일부 고산식물의 경우 다른 식물들에게 생육지를 빼앗기고 있다. 기온 상승을 타고 제주조릿대 서식지가 확장하면서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서 자라는 제주황기·애기더덕 등 초본 식물은 서식지가 축소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봄철 기상 변화와 탄소중립 대응 위해 식목일 3월로 당겨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봄철 기상여건이 변화하면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해 미래지향적 방향에서 식목일 날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제76회 식목일을 앞두고 식목일 날짜 변경 타당성 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산림청이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응답자의 56%가 찬성했다. 식목일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심는 게 나무 성장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식물의 생태 시계가 빨라지고, 일부 고산 식물의 생육지가 감소하는 등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식목일을 현행보다 2주~3주 정도 앞당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행 식목일은 1946년에 지정된 날짜로 현재 기후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에 발맞춰 나무심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식목일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식목일’에 국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현행 식목일을 나무 생육의 적합한 시기에 맞추기 위해 3월 20일로 변경하는 산림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은 “식목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 뿐만 아니라, 식목일 공휴일 지정으로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만큼, 지정 여부를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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