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 앞당기자’ 토론회서도 ‘찬반’ 팽팽

입력 2021-03-30 00:00수정 2021-03-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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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ESG 포럼 토론회' 개최
“기업, 준비 기간 필요…속도 조절로 가야” vs “공시 생태계, 보완하면서 만들어야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국회 ESG 포럼'이 출범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추진단 단장,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양춘승 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이재혁 고려대학교 교수,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 국장. (유혜림 기자 wiseforest@)

"내용에 충실한 ESG 정보 공개를 위해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vs
"ESG 정보는 투자자들 요구를 반영하면서 채워가야 한다"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국회 ESG 포럼 토론회'에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당기자는 주장에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출범한 '국회 ESG포럼' 토론회에선 민관이 함께 ESG 투자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이재혁 고려대학교 교수,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 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 부담, 속도 조절 필요해 vs 선제적 대응으로 ESG 생태계 구축해야”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G)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기존 일정보다 늦춘 2026년도를, 지속가능경영(E·S) 보고서 공시 의무화는 2030년도부터 도입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 정보 수요가 급증한 데다 사회책임투자 시장도 빠르게 변해서다. 이에 지배구조 따로, 환경·사회 따로 분리된 현행 ESG 정보공개 의무화 시점을 2026년으로 통일하자는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 국장은 "최근 우리나라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보면, 주로 긍정적인 부문만 부각하고 환경법 위반이나 네거티브한 항목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공시하는 편"이라면서 "기업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의 ESG 공시 강도 역시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9년 뒤 의무공시를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정부가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당겨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추진단 단장은 공시 의무화에 대해 단순히 시기로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시기를 쫓다 '그린워싱'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수 단장은 "ESG 공시 자체를 빨리하겠다면 시기를 앞당기는 게 맞지만 충실한 정보 공개를 원한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 ESG 의무 공시를 대비하기 위해선 적어도 2023년까지는 기업들은 ESG 경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결국, 기업들에 주어진 시간은 2년밖에 되지 않은 셈"이라며 "무리하게 시기를 당기면 정보의 충실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참관자로 참석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에서 "ESG 공시 충실성은 투자자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ESG 정보 공시의 의의는 투자자들이 직접 ESG 정보를 보면서 어떤 기업이 노력하는 곳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 정보 생태계 역시 인센티브나 지원을 하나씩 보완해나가면서 만들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ESG 기준을 언제 충족시킬 수 있을지 따지는 건 공허한 논의가 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반박했다.

국민연금, 선제적 ESG 정보공개 요구로 앞장서야
아울러 국민연금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만을 기다리기보다 국민연금이 선제적으로 기업에 정보공개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시장에 미리 '신호'를 보내야 기업들도 2026년 전까지 ESG 공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법적 의무가 아닌 한 요구하지 않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은 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국민연금의 ESG 정보 공개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다수의 공적 연기금 뿐만 아니라 사적연금, 민간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TCFD 지지 선언, CDP 서명 기관 참여 통한 정보공개 요구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참여를 촉구했다.

아울러 ESG 정보 공시 준비를 위한 플랫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별도의 'ESG 위원회'를 운영하는 대기업과 달리 정보 인프라가 약한 중소기업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쫓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재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최근 대기업들은 전략기획실을 통해서 글로벌 이니셔티브 동향을 파악한다. 우리나라에서 ESG 정보 공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업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30~50곳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특히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ESG 공시 준비는 더 열악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부터 대기업, 중소기업 등이 해외 이니셔티브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공통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중복된 정보의 비용만 줄여도 기업들이 ESG 시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국회 ESG 포럼’은 ‘정책개발 워킹그룹’을 만들어 기업, 금융기관, ESG 전문기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매월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ESG 촉진 관련 법·제도·정책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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