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미나리’로 일냈다…74세에 ‘월드 스타’

입력 2021-03-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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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은 배우 윤여정을 위한 말인 것 같다. 74세의 나이에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는 ‘월드 스타’로 거듭나는 중이다.

반가운 소식은 15일 밤 들려왔다. 이날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영화 ‘미나리’가 작품상, 여우조연, 남우주연, 각본,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데뷔 55년만, 74세의 나이에 한국 영화 102년 역사에서 첫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라는 대기록을 썼다. 윤여정은 마리아 바카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등 쟁쟁한 배우들과 트로피 경쟁을 펼치게 됐다.

(사진제공=판씨네마)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어린 손자를 짓궂게 놀리는,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순자 역을 연기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연기를 해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전형성에서 탈피한 연기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각종 영화제에서 32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윤여정의 저력을 발휘했다.

윤여정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촬영을 끝내고 15일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에 도착해 매니저로부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고.

윤여정은 AP통신에 오스카 후보 지명에 대해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게 단지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며 “멍해졌고, 울지는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제공=비즈엔터)

외신 또한 윤여정에게 주목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이 오스카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며 이들의 수상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로이터통신은 “‘미나리’에서 할머니 역할을 맡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도 윤여정의 50여년 연기 경력을 소개하면서 “독특한 할머니 순자 역할을 연기해 미국배우조합(SAG),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라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1966년 TBC TV 탤런트 공채로 데뷔한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로 첫 스크린 데뷔를 했다. 당시 이 영화로 스페인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임상수 감독의 ‘하녀’,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등으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수차례 밟았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로 캐나다 판타지아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국내에서도 윤여정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 위트있고 솔직한 화법으로 젊은층에게 인기다. “어머 얘 내 정신좀 봐”, “나 증말 아까는 너무 저기하드라구” 등 탈권위적이며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는 ‘휴먼여정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말도 유행이다. 이는 윤여정이 젊은 세대에게도 통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윤여정의 배우 인생은 이제 제2막을 열었다. ‘미나리’에 이어 세계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를 원작으로 하는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배우들이 캐스팅된 글로벌 대작으로, 윤여정은 앞으로도 해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달 25일(현지시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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