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주총 표 대결로...노조는 현 경영진 '옹호'

입력 2021-03-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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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익배당 주주제안, 주총 안건으로 올려야"

(뉴시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다수 의결권을 확보해 주주 배당을 늘리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는 주장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전날 의결권 확보에 나서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이 본격화됐다.

박 상무는 10일 공시를 통해 주주총회 당일 수정동의 형태로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주당 1만1050원을 배당하는 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금호석유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4200원, 우선주 1주당 4250원을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주주 배당을 늘리는 내용의 박 상무 측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안건 상정 여부는 추후 법원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상무는 회사 측 주주 배당 안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법원은 박 상무가 낸 주주제안인 이익배당 관련 안건을 주총에 올리라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이날 박 상무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안으로 정정공시를 통해 박 상무 측 주주제안 안건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배당금 산정이 잘못됐고 정관에 위배됐다고 판결이 난 것이지만 (박 상무 측이 주주제안을) 다시 수정해서 냈고 (최초 주주제안과) 배당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법원이 안건 상정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출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사 측 정관 개정안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출하는 내용만 담겼다.

박 상무는 회사 측이 추천한 사내ㆍ사외이사 대신 본인이 추천한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 상무는 사내이사로 자신을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민 존 케이 로펌 '덴톤스 리'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내세웠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백종훈 영업본부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또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앞세웠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날 이사회 직후 "글로벌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재의 경영성과를 유지하면서 회사의 미래 전략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최적화된 후보자들"이라며 회사 측에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상무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주주제안을 통해 제안한 내용과 (주총 안건이) 거의 같은 안건들로 구성돼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의 현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준비한 저의 개선 방안에 동의하고 반영하려고 한 노력을 일부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 외에 어떠한 새로운 개선의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금호석유화학은 12일부터, 박 상무 측은 13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 활동을 할 수 있다.

박 상무 측 관계자는 "상법상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활동은 13일부터 가능하다"며 "아직 활동하기 전이기 때문에 (의결권을 얼마나 확보할지)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박 상무 측이 장치산업인 회사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금호석유화학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음에도 말도 안 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우리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철완 상무에 대해 노조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박 상무가 제안한 과다 배당 요구는 장치산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어떠한 이해도, 배려도 하지 않은 단순히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이라며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도 박 상무 개인과 친분관계가 있는 자들로 진정 우리 금호석유화학을 위한 추천인지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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