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누구를 위하여 돈을 퍼주나

입력 2021-03-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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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돈을 주겠다고 난리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장 후보들 입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코로나에 힘들다고 취업하라고 결혼했다고 애 낳았다고 애 키우라고.

뒷감당 생각 없이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생각이 돈풀기 공약에 불을 붙였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고민 없는 이들에게 서울시의 미래를 맡겨도 될지 의심스럽다.

다음 달 7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는 서울시장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재임기간이 고작 1년2개월인 것이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대통령 선거전을 방불케 한다. 공약만 보면 아마 10년은 할 생각인가보다. 부동산 정책이나 청년취업 등 각종 포퓰리즘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여야의 현금 살포 공약은 낯뜨겁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 4.5일제를 확립시키고 소상공인·청년에 5000만 원 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다고 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경선후보의 공약에는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한 뒤 아이까지 낳을 경우 나이와 소득, 기간에 따라 최대 1억1700만 원의 보조금 혜택이 들어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 손주 1명당 월 20만 원 최대 40만 원을 지급하겠단다.

4차 재난지원금도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에 이어 공교롭게 이번에도 보궐선거 전인 3월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690만 명에게 19조5000억 원이 뿌려진다.

이런 퍼주기 경쟁은 매번 포퓰리즘 비판을 받으면서도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10년 전 그때 그 사람들이 재등장해 표만 준다면 뭐든 해주겠다는 식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옥석을 가리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지만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로 전국민은 힘든 한 해를 보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정부나 서울시가 곳간을 열어 국민 숨통을 트여주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퍼주기식 공약 남발은 곤란하다. 결국 세금을 더 거두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국민들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꼭 필요한 곳이 있다면 세금이 더 들어간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설득하고 다음 세대로 부담이 전가된다면 이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약에 비해 재정 소요나 재원 마련방안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서로의 공약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내세운 공약은 대부분 '가능하다'는 주장뿐이다.

이번 서울시장의 임기는 1년이다. 공약 실행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어진다. 퍼주기식 선거 공약으로 당선이 된다한들 이후 실현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져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부산과 서울 시장을 뽑는 데 드는 선거비용은 무려 838억 원이다. 이 돈은 누구의 돈인가.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의 돈도 아닌 국민의 '혈세'다. 서울시민으로 서울시의 돈을 마음대로 쓰려고 하는 서울시장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다. "서울시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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