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현상금 내건 발명 공모

입력 2021-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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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1714년에 영국 의회는 경도법을 제정했다. 일정한 오차범위 내로 경도 측정이 가능한 방법을 개발하면 정밀도에 따라 1만 파운드(현재 150만 파운드 가치)에서 2만 파운드까지 현상금도 준다고 했다. 항해하던 배가 위치 파악을 못해 전복되는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태양과 북극성을 기준 삼아 지구를 가로선으로 나누는 위도는 계산할 수 있었지만, 지구를 세로선으로 가르는 경도는 구할 수가 없었다. 다만, 24시간 동안 360도 회전하는 지구 자전으로 인해 1시간 차이가 나는 두 지점의 경도 차이가 15도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두 지점의 시간 차이를 측정하려면 매일 동일한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시간을 같은 시계로 확인하면 된다. 날의 길이가 길든 짧든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는 태양이 정남향에 오는 남중시각이 있다. 경도의 기준점인 그리니치 천문대의 남중시각은 12시이므로, 그리니치 천문대 시간에 맞춘 시계로 바다 위 한 지점에서 남중시각을 확인하면 두 지점의 시간 차이로 경도를 계산할 수 있다. 결국 정확한 시계가 필요했다. 진자방식인 18세기 시계로는 불가능하다 했던 항해용 정밀시계를 제작해 1730년부터 1765년까지 여러 번 현상금을 받아간 사람은 시계공 존 해리슨이었다. 시대과제를 해결한 현상 공모였다.

1790년에는 나폴레옹이 음식물 장기보관법에 대해 현재의 1억 원인 1만2000프랑을 현상금으로 내걸었다. 이 상금은 1800년에 니콜라 아페르가 받았는데, 그는 음식 재료를 병에 넣고 코르크로 밀봉한 뒤 끓는 물로 가열한 병조림을 개발했다. 그런데 병조림은 깨지기 쉽고 보관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한 사람은 영국의 피터 듀란드로, 보관 용기로 주석 깡통을 사용해 영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현상공모와 특허가 힘을 모은 사례이다.

2021년, 일론 머스크는 혁신적인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에 현상금 1100억 원을 제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1개의 대형 이산화탄소 포집장치가 발전소와 제철소 등에서 가동 중이지만 기후위기 해결에 너무 미흡하기 때문이다. 2020년에만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서 등록된 이산화탄소 포집 특허가 400여 건이나 되는데도 그렇다.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 해결에 현상공모와 특허가 다시 한번 힘을 합쳤으니, 신재생에너지로 이산화탄소 발생을 없애고 포집기술로 과잉 배출된 이산화탄소도 줄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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