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원대책 없는 기본소득 논의는 무의미하다

입력 2020-10-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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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기재부는 7일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기본소득제도 도입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이같이 밝혔다. 기본소득이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는 복지원칙을 흔들고,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기본소득을 먼저 검토한 복지선진국에서도 아직 도입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실제 기본소득제 도입의 핵심적인 전제조건이 재원대책임을 생각하면 이미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현 정부의 거듭된 확장재정으로 지난 정부 때 30%대 후반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9%까지 급증한다. 2024년엔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국가채무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7일 한국경제학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응답자의 59%가 향후 우리나라 재정관리의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를 꼽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제를 도입한 전례가 없다.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 핀란드가 실업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한 바 있었을 뿐이다. 이들 기본소득제 역시 미국은 수혜자들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했고, 핀란드는 고용률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스위스의 경우 2016년 도입을 추진했으나 국민투표 부결로 무산됐다.

기본소득제는 재산과 소득, 고용여부 등에 상관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소득분배로 대표적인 보편 복지정책으로 꼽힌다. 이 제도 도입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주요국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여름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된 바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은 여야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개월 전 기본소득제를 들고 나왔고, 여당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인 추진의지를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경제활력 저하로 고용시장도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청년들의 취업난이 최대의 사회 현안이다. 현재의 복지구조로 해결에 한계가 있고 보면, 기본소득제를 포함한 국가 복지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은 크다. 그러나 결국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하고, 지금보다 세금을 훨씬 많이 걷어야 하는 일이다. 무슨 방도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지, 제한된 세원(稅源)을 어떻게 재편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부터 제시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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