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복면 질식사’ 사건, 5개월 만에 알려져…새 항의시위 도화선

입력 2020-09-04 14:1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3월 비무장 상태로 복면 씌워진 채 질식…경찰 7명 징계했지만 “늦장 대응” 지적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3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최루액에 맞서 우산을 들고 있다. 로체스터/AP연합뉴스
미국 뉴욕주에서 3월 흑인 남성이 경찰관에 의해 복면이 얼굴에 덮인 채 질식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새로운 도화선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주 로체스터 당국은 이날 사건과 관련된 해당 경찰 7명을 정직시켰지만, 5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나온 늦장 대응에 시민의 분노가 다시 커지고 있다.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지난 3월 23일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가 한밤중에 알몸으로 거리를 뛰어다니며 행인에게 “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프루드에게 수갑을 채웠고, 그가 침을 뱉기 시작하자 복면을 씌웠다. 경찰이 그의 등을 무릎으로 누르며 일어나지 못하게 막자 프루드는 2분 동안 얼굴을 눌려 숨을 쉬지 못했다. 그는 질식으로 인해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7일 만에 숨졌다.

프루드는 어머니와 형제의 죽음을 연달아 겪은 뒤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날 새벽 “동생이 집에서 나갔다”며 경찰에 신고했던 그의 형 조 프루드는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지 죽이라고 전화한 것이 아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사건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전날 프루드의 가족들이 사건 영상을 공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비무장 상태였던 프루드의 죽음에 분노한 로체스터 시민 100여 명은 이날 저녁 로체스터의 경찰 본부 앞에 모여 밤늦게까지 노래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며 시위를 진압했다.

프루드 사건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위기에 놓이자 러블리 워런 로체스터 시장은 “경찰과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 우리 사회의 실패로 인해 프루드가 사망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사건과 관련된 경찰 7명을 징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나온 조치에 로체스터시가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고 시도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프루드의 가족과 로체스터시를 위해 이 사건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종결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로체스터 경찰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조사하겠다”며 프루드의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