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고자도 노조 가입 허용, 기업들 숨이 막힌다

입력 2020-06-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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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법과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등 ‘노조 3법’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로 넘겼다. 지난 20대 국회에 상정됐다가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들을 되살린 것이다. 거대 여당이 다수 의석으로 통과시킬 것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법안에는 독소조항이 많다.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개별기업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규정도 삭제했다. 교원노조법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 2013년 법외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하는 내용이다. 공무원노조법은 5급 이상 간부공무원과 퇴직공무원,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한다.

노조 3법 개정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편향돼 노조 권한만 키우고 있다. EU에서도 허용되는 파업시 대체근로 등 사용자측 대항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선진국들도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영계는 문제의 개선을 줄곧 호소해왔지만 무시됐다. 겨우 사업장 생산시설과 주업무시설을 점거하는 쟁위행위를 제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반영됐지만, 노동계는 이마저 반대한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이 같은 쏠림과 노사대립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과거 어렵게 도입한 제도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들은 노조 리스크까지 가중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경영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투쟁 일변도의 강경한 노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이로 인한 고비용·저효율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노조만 편드는 정책을 쏟아낸다. 앞으로 해고자나 실업자 등 기업과 무관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 회사와의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영에 개입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노사관계의 근본구조가 흔들리고, 어떤 부작용과 폐해를 가져올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대타협이 시급한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 회사의 방어수단도 없이 노조의 힘만 더 키우는 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기업의 희생만 강요한다. 기업할 의욕 또한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땅에서 기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니 노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외국으로 자꾸 탈출한다. 밖으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다시 되돌리자는 리쇼어링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 추락을 막고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해 당장 기업부터 살리는 것이 가장 절실한데, 뭐가 급하다고 노조 3법 개정부터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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