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후 20년 후 복제약 쓰는 현실.... 글로벌 신약 물건너 가나
정부가 오는 2011년까지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목록 정비'를 하면서 약값을 지속적으로 깎고 있어 제약산업의 미래가 점차 어두워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는 규모가 작아 선진국에서 개발한 신약을 20년이 지나서야 이와 유사한 복제약을 판매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약값 깎기는 제약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정부의 글로벌 신약 개발 계획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2일 업계와 증권사 등에 따르면 정부가 약값 정책을 건강보험 재정안정에 치중하면서 제약사의 연구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체 가운데 신약개발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은 당기순이익의 10%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5대 상위업체를 제외하면 업체당 연구개발비는 수십억원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등재 의약품을 정비한다면서 약값을 이전보다 깎고 있어 제약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많게는 연간 1조원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쓸 수 있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한 종류의 약을 개발하는데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이렇게 투자할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약값 깎기가 지속된다면 국제 제약시장에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점차 낮아져, 도태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정부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에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돼 있다"며 "심지어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못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러다 건실한 기업까지 위험해 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정부의 약값 깎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건보 재정 안정화를 명분으로 우리나라 보험료를 5% 선으로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만이 8%를 건보료로 지출하는 등 선진국들은 8~1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로벌신약을 외치는 현 정부가 과연 제약업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약값을 깎는 것은 바이오제약 산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봐야하는 것 아닌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