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현금창출능력에 대한 검토 필요한 시점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뒤덮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수익성보다는 재무건전성에 입각한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의 이른바 '무제한 달러 공급'이라는 극약 처방에 국제금융시장의 극단적인 자금 경색은 진정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국내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지표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크레딧 채권의 수익률은 여전히 고공권에 머무르며 회사채와 국고채간 신용 스프레드의 간극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와 정책금리 인하로 국제 자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 효과가 중앙에서 주변부로 퍼지기까지 일정 시차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 극단적인 유동성 경색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 상당 기간은 과거에 비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보다는 재무건전성, 더 나아가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구조와 부채 상환능력은 개선되고 있지만 상당 수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며 "금융불안이 심해지고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의 자금 운용이 보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회계 장부상 이익은 발생하고 있지만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자금 유동성 문제로 도산하는 소위 '흑자부도'가 줄을 이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 영업이익이라는 장부상의 이익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라는 실제 현금 이익을 눈여겨 보아야 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경기가 하강하고 자금이 경색되는 상황에서는 영업이익이 영업활동 현금흐름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외상 판매로 인한 매출 증가는 매출액과 더불어 영업이익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실제 현금을 회수한 것은 아니므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3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있다는 점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나 '돈이 돌고 있지 않는' 신용 리스크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는 기업의 재무 위험이 추가로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더 문제이므로 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영업활동 현금흐름비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