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발행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4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감한 데 이어 신용 스프레드 역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자금 집행으로 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 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투자심리 회복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들어 공모ㆍ사모를 포함한 회사채 발행액은 4조8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6112억 원) 대비 14.22%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상환액은 4조3576억 원으로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커진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신용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격차를 의미한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지면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신용 스프레드는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23일 민평 평균 기준으로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1.773%)와 국고채 3년물 금리(1.027%) 간 차이는 0.746%포인트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4월 신용 스프레드는 1.102%포인트로 집계됐다. 1%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진 시기는 2010년 3월(1.08%포인트) 이후 10년 만이다.
이처럼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일부 기업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한화솔루션(AA-)은 2100억 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나오는 데 그쳤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모 무보증 사채의 경우 수요예측을 통해 투자자를 확보하고 금리 결정 후 발행까지 이어지는 게 이상적인 수순”이라며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면 발행사에서 인수의무로 가져가야 하는 만큼 회사채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20조 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가동하면서 미매각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아직 투자심리 회복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자금집행에도 높은 신용 스프레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축소 베팅 구간이 아니어서 당분간 신용 스프레드 축소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화자산운용 박종현 크레딧파트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정상화 단계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투입은 가능해도, 실적까지 구원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약간의 금리를 더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결국 타격이 적은 안정적인 업종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