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악몽보다 더 끔찍해진 유가…사라지는 해양플랜트 꿈

입력 2020-03-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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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배럴당 10달러대 추락…발주 가능 수준은 50~60달러↑

▲현대중공업이 2008년 2월 프랑스 토탈로부터 수주해 2010년 건조를 완료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날로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수년간 거의 전무했던 해양플랜트 수주를 기대했던 조선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수 조원을 투입해 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탐사·발굴·생산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이 수익을 내려면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는 돼야 생산원가를 넘어선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20여년 만에 20달러 선마저 무너지고 있어 당초 계획됐던 해양플랜트 사업 발주도 취소될 판이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하락한 20.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중 19.2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0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고꾸라진 것은 코로나19로 원유 수요 감소에 공급과잉까지 겹쳐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글로벌 원유 수요의 최대 25%가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증산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유가가 1~2주 내에 10달러 초반 대까지 추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선업계는 5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앞서 조선업계는 2014년 유가가 30달러 선까지 급락하자 조선업 호황을 함께 이끌어왔던 해양플랜트 수주에 제동이 걸려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발주가 거의 전무했으며 당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모두 수 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해양플랜트 발주 계획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조선업체들은 올해 수주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다만, 과거 대비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발주 가뭄 상황이 오더라도 타격은 4~5년 전 수준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수주 목표는 총 159억100만 달러로 이 중 해양플랜트 수주목표는 19억9000만 달러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 84억 달러 중 3분의 1 가량을 해양플랜트에 할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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