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나 입가의 미세한 주름, 부쩍 눈에 띄는 기미 등으로 우리는 피부의 노화를 짐작한다. 눈도 예외는 아니다. 누군가 갑자기 들이민 메모 쪽지를 멀찍이 떨어져 읽을 때 ‘나도 노안(老眼)인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가까운 것을 보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시야 전체가 뿌옇게 흐려질지 모른다.
보통 40대가 되면 노안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노안 역시 노화 현상의 하나인데, 피부의 탄력성이 떨어지듯 모양체(수정체의 굴절력을 조절하는 근육)나 수정체의 탄력성 저하, 수정체의 비대 등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다. 젊을 때는 모양체와 수정체의 탄력성이 뛰어나 매우 가까운 거리의 사물을 볼 때 모양체가 즉각적으로 수축, 수정체의 굴절력이 증가해 가까운 거리의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노화가 시작되면 굴절력 조절이 이전보다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의 사물이 흐릿하게 보인다.
김중훈 강남 아이디안과 대표원장은 “노안의 대표적인 징후는 근거리에서의 시력 저하이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의 전환이 느려지고, 눈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피로감이 빨리 오고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조도가 낮을 때, 작은 글씨를 볼 때 증상이 심해지는 반면, 사물이 멀어질수록 눈이 편하고 잘 보이게 된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 장애가 오면 대개는 ‘노안’ 탓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노화’, ‘시력 저하’가 반드시 노안만의 문제는 아니다. 백내장, 특히 노인성 백내장 역시 노화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시력 장애 중 하나이다.
김중훈 대표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노화, 시력 저하의 공통점이 있더라도 노안과 백내장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노안은 수정체의 굴절력이 떨어지면서 근거리의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뿌옇게 혼탁해져 나타나는데,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 등 모든 거리의 시력이 저하되고 물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만약 멀리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고, 색상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밝은 햇빛에서 더 뿌옇게 보이고 눈을 뜨기 힘든 경우, 또 돋보기를 사용했던 사람이 갑자기 돋보기 없이도 잘 보인다면 백내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노화가 진행되는 40대에는 서서히 노안 증상부터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노화가 심화 되는 50대 중반부터는 노안에 백내장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40대에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시작되기도 한다.
노안이 시작되면 우선 누진 다초점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하게 된다. 백내장의 경우 초기에는 안약을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춘다. 하지만 안경을 착용하고 약물을 복용해도 시력은 점점 떨어지고, 백내장 증세가 심해지면 결국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백내장은 증상이 심해질수록 수정체의 경화(硬化) 또한 심해져 수술 난이도가 높아진다. 일상생활 중 시력에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고려해본다.
김중훈 대표원장은 “문제는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나타났을 때 이를 단순히 노안으로만 여겨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 1위가 백내장 수술인 만큼, 40대에 들어서면 6개월에 한 번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백내장 진행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내장 수술은 시력 저하 및 장애가 심하고 약물치료의 시기가 지난 경우, 수술을 통해 시력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에 시도할 수 있다. 노안에 백내장이 함께 온 경우에도 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렌즈) 삽입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안경과 렌즈 착용의 단점, 기존 노안 수술, 백내장 수술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노안과 백내장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프리미엄 인공수정체(렌즈)는 근거리, 중간거리, 원거리 등 4초점 교정이 가능해 노안, 백내장은 물론 난시를 동시에 개선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노안과 백내장을 치료한다면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의 연령은 물론 눈의 상태(안축장 길이, 전방 깊이) 등을 자세히 진단하고 생활 패턴(직업 특성, 활동 시간 등을 고려한 시각 사용 정도)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렌즈를 추천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