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과 불경기 속에 좀처럼 추석 명절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은 명절 대목은 커녕 벌써 추석 재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개시도 못했다는 상인들이 있을 정도로 썰렁하기만 하다.
추석 대목을 목전에 둔 지난 5일 오후에 찾은 남대문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경기침체로 재래시장 대목 실종'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하지만 속사정은 많이 달랐다. 문화관광체육부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2008 남대문관광특구대축제' 행사에 손님 기다리기에 지친 상인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행사 참가자 중 실제로 제수용품을 사러온 손님은 많지 않았다.
행사가 열리는 곳 이외는 좀처럼 추석대목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고, 한가한 시장 골목에는 정적마저 흘렀다.
예전 처럼 추석 선물을 쌓아 놓고 판매하는 상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추석 대목을 앞둔 남대문 상인들의 요즘 추세는 재고를 남기느니 조금 벌더라도 그때 그때 맞춰 조금씩 준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에서 5년째 과일행상을 하는 김 모씨는 추석선물세트를 하나도 주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경기도 어려운데 물가도 많이 오르면서 손님 발길이 별로 없다"며, "차례상에 올릴 만큼의 과일만 사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밝혔다.
1년 매출의 절반 정도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올린다는 떡집 아주머니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15년째 남대문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한다는 아주머니는 "추석떡 예약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가끔 들어오는 예약 물량도 작년 절반 수준"이라고 우울해 했다.
3년째 운영중이라는 옷가게 사장님은 손사레 부터 친다. 그는 "이렇게 불황인 추석은 처음"이라며, "도대체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야지 장사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지난 4일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는 지난 8월말 전국 6개 도시의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각각 9곳을 대상으로 주요 추석 차례상용품(25개 품목)에 대한 가격비교조사를 벌인 결과 차례비용이 재래시장은 평균 12만4406원인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 16만2323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추석 제수용품을 재래시장에서 마련하면 대형마트에 비해 23.4%, 3만7000원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보다 가격이 싸다고 하지만 작년보다 훌쩍 오른 가격이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추석 제수음식을 사러 매년 추석 남대문 시장을 찾는 다는 주부 이 모씨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며, "꼭 필요한 추석 물품 외에는 구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모씨는 또 "남대문 시장에 이렇게 추석 분위기가 안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경기가 안좋다는걸 몰랐는데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