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떨어지는 증시.. 이제 '정책'까지 발목잡나

입력 2008-08-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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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위기가 국내증시를 짓누르는 힘이 올 상반기에 이어 재차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 또한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코스피지수는 물론 코스닥지수 마저도 추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까지 주가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21일)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중국증시의 급락까지 더해져 기관과 외국인의 '팔자'세에 1510선 마저 위협받으며 급락했고 코스닥지수 역시 극도로 악화된 투자심리 속에 3년만에 500선이 붕괴됐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호재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하락 기조로 접어들었음에도 최근 발표되는 정책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관련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건설업종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경기의 활성화 방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돼 이날 6%대로 급락했다. 종목별로는 남광토건이 13% 가까이 폭락했고 GS건설(8.68%), 동부건설(7.55%), 대우건설(7.41%),두산건설(6.92%), 현대건설(6.80%) 등의 순으로 일제히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경기 불황의 근본적인 이유가 주택 구매력과 구매심리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는데 부동산 규제 완화안의 핵심 사항인 주택매매와 관련된 금융규제를 그대로 두고 '알맹이'가 빠진 대책만 나열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규제완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이날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 DTI(총부채상환비율)나 LTV(담보인정비율) 규제완화와 보유세 완화 그리고 재건축 규제 완화가 수반되지 않았고 정부의 조치가 주택시장의 약세와 관련주의 하락세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처방이라고 평가해 시장의 해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가 건설주 반등을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과거의 경험을 비춰보더라도 이러한 발표와 시행을 명확히 구분해서 판단해야 하고 오는 9월1일 부동산관련 세제 개편안과 국회 정상화에 따른 부동산경기 보완 대책의 입법화 추이 등이 당분간 건설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선 의지를 반영했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시장 참가자들이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과거와 같은 정책으로 또 다시 회귀한다면 건설주 역시 정부 정책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지난 19일 내놓은 사행산업 규제안으로 강원랜드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 또한 시장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최근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감위의 이번 규제안속에는 국내 사행산업의 매출 총량을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이는 반시장적"이라며 "관련 산업의 발전과 함께 부정적 영향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감위가 정치논리와 여론에 등 떠밀려 내놓은 이번 결정은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규제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행산업에 대한 총매출 규제는 사감위 신설 초기부터 이슈화가 됐던 사항"이라며 "실현 가능성이나 방법과 실행과정에서의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번 결정이 채택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나 시안의 내용만으로도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일련의 정부 규제 영향이 관련주의 하락세로 이어지는 최근의 흐름을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 상위주에 해당하는 NHN, 다음, SK컴즈의 경우 정부여당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포털업체들을 언론 중재법과 신문법 개정을 통해 규제하려는 움직임의 영향속에 최근의 동반 하락 기조를 이어갔다.

NHN는 지난 20일 장중 한 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다음 역시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등 정기세무 조사에 따라 40억원을 추징당했다는 소식으로 전날 4.39% 급락했다.

증권업계의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상장 기업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실적과 업황에 기반한 분석을 기초로 하는데 투자심리 위축과 매수주체의 부재로 유가증권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코스닥시장에까지 정부 규제와 같은 체계적 위험마저 더해진다면 관련주의 하락세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우량 코스닥 기업들의 유가증권시장 이탈로 스타 종목이 절실한 상황인데 정책적 지원은 고사하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코스닥 시장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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