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 강풍·폭우, 이탈리아 베네치아 75% 물에 잠겨

▲29일(현지시간) 강한 바람과 함께 내린 폭우로 이탈리아 베니스가 물에 잠겨 시민들이 물 속을 걷고 있다. 베니스/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집중 호우로 인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베네토,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리구리아,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중부 아브루초 등 6개 주에 최고 등급의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특히 북동부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의 피해가 컸다. 이날 강풍을 동반한 호우로 10년 만에 최악의 침수가 났다.

베네치아는 매년 늦가을과 초겨울에 조수가 높아지는 ‘아쿠아 알타’ 현상으로 도심이 자주 침수되긴 하지만, 이번에 내린 비는 조수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해수면 위 156㎝까지 급상승시키며 도심의 75%를 집어삼켰다.

한때 범람 수위가 160㎝ 가까이 오르면서 1979년 이후 40년 만에 최악의 침수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수위는 이날 오후 이후 점차 낮아졌다.

홍수로 인한 안전 우려로 수상 버스 운행이 중단되고 주요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도 폐쇄됐다.

베네치아는 ‘아쿠아 알타’ 시기에 조수가 해수면 위 100∼120㎝까지 상승할 것에 대비하고 상시 비상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 범람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뤼기 브루그나로 베네치아 시장은 “수위가 109cm 이상으로 높아지면 설치 해놓은 수중 장벽을 세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도시로의 물 유입을 막지 못했다.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주의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범람 수위가 베네치아와 피렌체에 대홍수를 일으킨 1966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역대 최악의 홍수로 기억되는 1966년에는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해수면 위 194㎝까지 치솟았다. 강풍으로 쓰러진 대형 나무들이 차량과 사람을 덮치면서 인명 피해도 컸다.

로마 인근 프로시노네에서는 부러진 나무가 차량을 덮쳐 탑승객 2명이 사망했다. 남부 나폴리에서도 나무에 깔려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드리아해 인근 마체라타에서도 나무가 차량을 덮쳐 한 명이 부상했으며 칸탄차로에서는 선박이 접안 시설을 들이받아 선박 탑승객 한 명이 실종됐다.

북부 산간 지역도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해 한때 열차와 차량이 모두 멈췄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잇는 셈피오네 지역의 도로도 차단됐다.

로마는 콜로세움을 폐쇄했고, 그 밖의 많은 도시들도 학교에 휴교 명령을 내리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