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까지 반년…614조 무역 향방은

입력 2018-10-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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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EU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 커져…물류대란·기업 엑소더스 등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할 수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하는 한 남성이 EU기 모양의 모자를 쓰고 영국 국기 앞에 앉아 있다. 버밍엄/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브렉시트’ 협상이 교착 상태를 지속하면서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람과 물건, 자본의 자유로운 왕래가 갑자기 끊길 수 있어 영국과 유럽의 자유무역이 파괴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과 EU의 상품 무역 규모는 4232억 파운드(약 614조8000억 원)에 이른다. EU와 영국의 긴밀한 관계 탓에 합의 없는 브렉시트는 양쪽 모두에 치명적이다. 내년 3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5년간 최대 10.3% 줄어들 전망이다. EU 역내 GDP도 장기적으로 약 1.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금까지의 강한 경제 통합을 고려하면 브렉시트에 승자는 없다”고 경고했다.

양측의 경제 구조는 자유로운 왕래를 토대로 형성됐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 터널에는 하루에만 약 5000대의 트럭이 오간다. 영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이 EU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통로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당장 내년 3월 말부터 영국과 프랑스 국경에 통관 절차가 도입된다. 항만 당국은 2분만 발이 묶여도 27㎞ 이상의 정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은 아예 없는 상태다.

자동차업체들이 특히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영국 남부 스윈던의 일본 혼다 공장은 유럽산 부품을 운반하는 트럭의 통관이 15분만 지연되더라도 약 1억2000만 엔(약 11억8000만 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BMW가 영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차 ‘미니’는 부품의 약 60%가 EU에서 제조된다.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 샤프트는 제조 과정에서 프랑스와 영국, 독일을 거치면서 완성차가 유럽 대륙에 수출될 때까지 영불해협을 네 번 통과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 EU 탈퇴 후에도 EU와 같은 무역 체제를 유지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담은 ‘체커스 플랜’을 내놨다. 그러나 EU는 이 제안이 EU 단일 시장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는 단일 시장과 관련해서는 타협 없이 단결할 것”이라며 “누구도 단일 시장의 참여자가 아니고서는 여기에 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협상이 난관을 겪으면서 리암 폭스 영국 국제무역장관은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할 가능성은 60%”라고 우려했다.

유럽 시장을 노리고 영국에 자리한 기업들은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경영자협회에 따르면 ‘탈영국’ 계획을 세운 기업은 조사 대상 800곳 중 3분의 1 이하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위험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의 대응은 늘어날 전망이다. BMW는 물류 혼란을 피하고자 브렉시트 이후 한 달 동안 미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랄드 크루거 BMW 회장은 전날 “네덜란드가 미니 수출의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이전 의사를 나타냈다. 일본 기업들도 유럽 전략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파나소닉은 이달 유럽 본부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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