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일본, 학력 차별 여전…고졸자, 기업 비교 취직은 남일

입력 2018-09-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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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만든 ‘1인 1지원’ 규칙에 발묶여...입사 3년 내 40%가 이직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구직박람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연사의 말을 듣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인구절벽에 직면한 일본은 일손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고질적인 학력 차별은 여전하다. 대졸자들은 여러 기업에 지원해 자기가 원하는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졸 취업준비생들은 기업을 골라서 취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16일 내년 상반기 고졸 채용을 시작한다. 대졸 채용만으로 구인난을 해결하기 어려운 탓에 주요 기업들은 고졸 신규 채용 인력을 올해보다 8.2% 늘릴 계획이다. JFE그룹은 올봄 채용 규모보다 10% 늘려 약 1000명을 뽑을 계획이고, 신일본제철도 19% 증가한 88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졸 채용 구인배율은 1.88배, 고졸 채용 구인배율은 2.37배에 이른다. 말 그대로 기업 2~3개 곳 중에 골라서 갈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기업을 골라잡는 건 대졸 구직자들만의 얘기다. 고졸 구직자들은 합격이 내정된 기업이 있으면 더는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한다. 이른바 ‘1인 1 지원’ 규칙 때문이다. 1950년대 고도 성장기 시절 일본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지금보다도 치열했다. 다른 기업에 합격 내정된 이들에게 입사 조건을 뻥튀기 제안해 인력을 빼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일을 막으려고 도입했던 규칙이다. 그러나 누구나 정확한 기업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면접만 보면 대부분 합격 통지를 받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지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대졸자들이 여러 기업에 지원해 마음대로 면접을 봐 입사를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인 1 지원’ 규칙은 고졸 취업자들의 이직률도 높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취직 후 3년 내 고졸자 이직률은 40%에 이른다. 입사 시 미스매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양하게 지원하고 기업을 비교해볼 수 있어야 하는데, 고등학교에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구인표를 보고 기업 1~2개로 좁혀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고졸 구직자들이 받아드는 선택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한 고졸 구직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1인 1개사 지원은 어렵다. 기업을 비교할 수 없어서 결국 면접을 본 기업이 시장 표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는 “현 제도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좁힌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정부와 기업들은 장애물을 줄이고자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교사와 학생, 기업이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합동 설명회를 주선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 성인 기준 연령을 현행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취직을 원하는 고등학생 개인의 의사를 더 존중한다는 취지다.

모바일 채팅 앱 라인은 일대일 채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취업 상담을 해주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채용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지 물으면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을 찾아 추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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