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집주인-중개업소...“담합은 저쪽이 먼저”

입력 2018-09-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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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주민들과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가 서로 상대방이 담합 행위를 했다고 비난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집값 급등세에 동참해 호가를 올리려는 주민들과 거래 급감으로 호가를 낮춰야 매물을 팔 수 있는 중개업소의 이해 차이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허위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를 엄히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내용이 입주민 메신저 단체방, 커뮤니티 등지에 돌며 호응을 얻고 있다.

허위매물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올리고 고객을 유인해 영업행위를 하는 일명 ‘미끼매물’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이런 행위를 한 중개업소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은 없다. 때문에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거짓·과장으로 중개대상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허위매물 제재는 광고 플랫폼의 자율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국내 대형 포털들이 자율 규제를 위해 만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2012년 11월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기관은 네이버, 카카오 등 부동산 광고 플랫폼에 올라오는 허위매물 신고를 접수하고 사후 검증까지 나선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저가로 나온 급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호가 하락을 막는 현상이다. 8월 KISO가 접수한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만182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8배, 전월 대비 2.9배 수준이다. KISO는 신고 급증 현상이 집주인들의 ‘호가 담합’을 위한 거짓 신고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도 관련 자료를 분석해 집주인들의 호가 담합이 있었는지 살피고 중개업소에 대한 영업방해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반면 주민들은 호가 담합은 중개업소들이 먼저 했다는 반응이다. 친목회 명목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호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수 없게 통제한다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의 주민 일부는 지역 중개업소들이 연합회를 결성해 개별적으로 부동산 블로그 등 활동을 못 하게 하고 실거래 신고를 최대한 늦추도록 하는 등 가격을 알 수 없게 ‘깜깜이 영업’을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영업에 속아 1억 원가량 저가에 집을 파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중개업소를 거친 호가와 직접 부르는 호가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양천구는 같은 단지에 동과 층수까지 같은 매물임에도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호가가 트러스트부동산에 올라온 호가보다 5000만 원에서 1억 원가량 낮다. 트러스트부동산은 집주인 희망가로 매물을 내놓는 것이 원칙이라 호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상황에 맞는 적정 가격에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양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시세와 별개로 집주인이 급히 팔아야 할 매물이 있으면 당연히 호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메신저 단체방에 모여 호가가 내려간 매물을 허위매물로 거짓 신고하는데 이런 것이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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