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시장 ‘노다지’ 중국 문 열린다

입력 2018-09-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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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수요 충족’·‘의약품 질 상승’ 두 마리 토끼 노리고 시장 개방

▲중국 의약품 시장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글로벌 제약 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AP연합뉴스

까다롭기로 유명한 중국 의약품 시장이 규제를 완화하면서 세계 제약사들이 몸을 풀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약품 소비국이지만,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글로벌 제약사들이 좀처럼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내 고령층이 점점 늘어나고 소득 수준도 높아지며 고품질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 당국이 의약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기 시작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식품의약품국(CFDA)은 중국 내에서 임상시험을 따로 하지 않고도 중국인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글로벌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식 인정하기로 하는 등,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더불어 CFDA는 글로벌 의약품 평가 기준을 채택했다. 이는 세계 제약사들이 훨씬 짧은 기간 내 제품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는 7개월 만에 승인받았다. 이전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으로 기간이 단축된 것이다. 지난달에는 한 스위스 제약사가 개발한 폐암 치료제 역시 9개월 만에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고가의 고품질 의약품 유입을 장려하고 있다.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5년까지 확 늘렸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산 암 질병 관련 약품의 수입 관세도 없앴다. 다른 국가에서 들여오는 의약품들에 대해서도 수입 관세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대신 제약사들에게 의약품값을 파격적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주요 수입 의약품 36개 종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품값을 평균 44% 인하했다. 가격을 낮춰도 새로운 약품들이 속속 승인을 받으면서 매출은 크게 늘었다. 독일 도이체방크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20대 제약사의 대중국 매출은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이러한 중국 정부 움직임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웃지만, 중국 현지 제약사들은 침울한 분위기다. 저품질의 모방 의약품을 만들어 오던 중국 제약사들은 CFDA의 엄격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의도도 깔렸다. 당국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들어오면 중국 내 형편없는 제약사들은 경쟁 속에서 자연 도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술 업체인 칩스크린바이오사이언스의 설립자 셴핑 루는 “향후 5~10년 안에 중국 내 4000여 제약회사 중 절반은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슈 중국지부장 처우 홍은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단기적 고통이 장기적 고통보다 낫다”라고 표현했다. 고인 물을 걷어내고 혁신가가 등장할 수 있게 하여 주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것. 중국 정부는 이러한 조처로 중국 50개 지역에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제약사의 신약 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또 다른 목표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이 흑자 전환을 하기 전에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자본을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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