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경기(競技)

입력 2018-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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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아시안게임은 끝났지만 선수들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속한 팀으로 돌아가 바로 경기를 시작해야 하고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조국이 부르면 언제라도 합류하여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해야 한다.

경기는 ‘競技’라고 쓴다. 각 글자는 ‘다툴 경’, ‘기술(기량) 기’라고 훈독하며 ‘기량을 다툰다(겨룬다)’는 뜻이다. 기량을 겨루기 때문에 경기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판정은 정확해야 한다. 비열한 방법으로 반칙을 하고서도 반칙이 아닌 것처럼 교묘하게 눈속임했는데 심판이 그것을 가려내지 못하거나 안 함으로써 승패가 뒤바뀐다면 그것은 결코 경기라고 할 수 없다. 정직하지 않은 경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정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류가 스포츠 앞에서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다.

발음은 같지만 뜻이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경기’라는 말이 있다. ‘볕 경(景)’과 ‘기운 기(氣)’를 쓰는 ‘景氣’이다. ‘景’은 ‘햇볕’이라는 뜻도 있지만 그와 정반대인 ‘그림자’라는 뜻도 가진 글자로 ‘影(그림자 영)’과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볕이 드는 곳에 있으면 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 있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그래서 ‘景’은 ‘경사스럽다’, ‘상서롭다’는 뜻도 갖게 되었고 거기에서 더 확대되어 ‘크다’, ‘위대하다’는 뜻도 갖게 되었다. 경복궁(景福宮)의 ‘景’이 바로 그런 뜻이다. 그러므로 경복궁은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큰 복을 누리는 궁궐이라는 의미이다.

‘景’이 가진 ‘볕’이라는 뜻으로부터 ‘풍경(風景)’이라는 의미가 파생되기도 하였다. 그것이 다시 분위기, 상황이라는 뜻으로 확대되어 景氣는 “매매나 거래에 감도는 분위기, 즉 호황과 불황 따위의 경제 활동 상태”를 이르는 말이 되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심한 불경기라고 한다. 우리 선수들이 언제라도 시원한 競技를 펼침으로써 불경기의 지루하고 답답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활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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