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는 추락’ 톈진, 중국의 미래 될 수 있다

입력 2018-08-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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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성급 지역 GDP 성장률 1위→2018년 31위 추락…부패·부채 원인

▲중국 톈진시에 건설이 중단된 건물들이 방치돼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톈진의 경제 둔화가 중국 경제의 안정성 테스트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톈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톈진시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31개 성급 지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중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최하위를 기록하며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톈진의 추락이 중국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해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톈진의 부흥과 추락을 중국 전반으로 확대하면 경제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톈진은 2011년과 2013년 31개 성급 지역 중 GDP 성장률 1위를 차지하며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모두 옛말이 됐다. 부동산 자문 업체 존스랑라살르는 기업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톈진에 있는 사무실 중 70%가 비어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 속도도 빠르다. 60세 이상 인구수는 1980년대 전체의 10분의 1 수준이었으나, 현재 4분의 1수준까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5만2000명의 주민이 톈진을 떠나 5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수 감소를 겪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톈진이 중국 전체의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표현했다. 톈진이 안고 있는 부패와 부채는 중국 전체가 공유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톈진이 무너지기 시작한 원인은 고위 관료들의 부패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173명의 목숨을 앗아간 톈진항 폭발사고는 그해 중국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됐다. 당시 사고 업체인 루이하이는 규정을 어기고 위험물질을 취급한 사실이 드러났고, 공무원들은 위반 사실을 알고도 안전 평가를 승인해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부패 청산 작업에 들어간 정부는 지난해 황싱궈 당시 톈진 시장에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했다. 1월에는 톈진의 실제 GDP가 알려진 것의 3분의 1수준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중국은 2012년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 반부패운동단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중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41점에 불과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3만6000여 명의 비리 공무원이 처벌됐다. 최근 발생한 가짜 백신 스캔들도 관료들의 부패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국영기업의 투자 비용에 의존해온 톈진의 부채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월에는 톈진시가 운영하는 개발업체 2곳이 7억 위안(약 1145억 원)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는데도 손쉽게 자금을 조달했다. 정부에서 국영기업이 파산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은행이 부패한 국영기업에 계속해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는 중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부채 의존적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장지웨이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에 대한 암묵적인 보호막을 제거하지 않았다”며 “톈진은 중국의 부채 문제 해결책을 위한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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