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인정하지만 은행 부당 대출ㆍ투자 받은 것 아냐"
340억 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협력사 대표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10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KAI 전 협력업체 D사 대표 황 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황 씨 측은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은 인정하지만 은행 대출 및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황 씨 측 변호인은 “분식회계의 목적이 은행에서 부당하게 대출받거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원심에서 이 부분의 인과관계 및 주요 사실관계를 오인했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황 씨 측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은행 신탁 자료 등 증거서류를 제출하고 증인을 신청해 신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원심에서 충분히 판단한 사안이고 (매출액 분식회계가) 대출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판단이었다”며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은행 입장에선 매출액이 어느 정도인가는 그 기업의 성장가능성, 규모, 여러 면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똑같이 영업이익 1억을 내도 매출액 10억에서 내는 것과 1000억에서 내는 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출액 분식회계로 허위 작성한 재무제표가) 여신심사나 투자에 큰 영향 안 미쳤다면 그거에 상응하는 근거자료가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이 분식회계를 한 사실로 기업이 받는 대출이 전부 사기대출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면서 “사기대출에 해당된다면 그렇게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고 짚었다.
황 씨는 2011년~2015년 661억 원 상당의 매출액을 부풀려 계산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렇게 작성된 2013~2015년 허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운영·시설 자금 명목으로 342억여 원을 부당 대출받은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장기간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34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대출받고 주식인수대금을 취득했다"며 황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