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비 정책사회부 기자

고백건대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 공간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50, 60대 여성이어서 여성화장실에만 이런 공간을 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여성화장실에 들어와 볼 일이 없는 남성들은 이 의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용변 보는 소리에 민망할까 봐 에티켓벨도 마련해 두는 마당에 가장 내밀한 공간에서 마주쳐 서로 어색해할 일이 잦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그곳에 앉아 아픈 무릎을 두드리는 분들이 내색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자들이 없다. 여름휴가를 다녀오니 의자들이 싹 사라졌다.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속으로만 품고 있던 생각을 누군가에게 들킨 기분이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사라지길 바란 건 아니었다. 전해 듣기로는 나와 같은 불편함을 토로한 사람이 있어 없앴다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유니폼을 걸어둘 캐비닛도, 보온병을 둘 공간도 사라졌다. 그런데 누가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서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요원하다.
애초에 이 문제는 청소노동자들의 쉴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배려 없음’에서 시작됐다. 휴게공간이 제대로 마련됐다면 불거지지 않을 문제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청소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들이 농땡이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건 노동 강도를 봐도 알 수 있다.
본관 건물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고,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건너편에 있는 대법원에서 조용히 통화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과는 사뭇 비교됐다.
‘인권 수호자’를 자처하는 검찰청에 청소노동자를 위한 휴게실이 제대로 마련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