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의 대우조선이 되어가는 금호타이어

입력 2017-09-07 11:03수정 2017-09-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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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산업1부 기자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채권단 협조 없이 어떻게 정상화가 되나?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는데 (금호타이어를) 돕는 방법을 연구해야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6일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이 한마디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선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의 만기 연장, 신규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임직원 급여 미지급 논란이 발생했던 7월 박 회장 측에 자구안을 이미 요구한 바 있다. 채권단도, 박 회장도 금호타이어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박 회장의 인수 자금이 없다거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식상해 논하지 않겠다.

문제는 ‘신규자금 지원’이다. 금호타이어가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지난 8년 동안 채권단은 3조9000억 원을 투입했다. 금호산업, 금호고속, 금호터미널 등 금호그룹 정상화에는 약 10조 원(금호산업이 인수했던 대우건설 인수 3조2000억 원, 채권단 출자전환 3조2000억 원, 신규자금 지원 1조 원, 금호타이어 신규자금 1조 원, 금호타이어 출자전환 5000억 원, 아시아나항공·금호석화 신규자금 9000억 원)이 들어갔다.

매각 무산이 공식화되면 당장 9월 만기가 돌아오는 1조3000억 원의 여신을 재연장하고 이자를 유예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여신 2000억 원도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추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협력업체 대금, 임금, 운전비 등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을 앞두고 대우조선해양의 악몽이 떠오르는 이유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몇 번의 퇴짜를 맞으며 사무직과 생산직 임금 10% 삭감, 직원 20% 이상 감축 등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박 회장이 채권단의 지원을 받길 원한다면 대우조선해양에 버금가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이 정도의 의지가 없으면 세금 투입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자구안 검토를 한 지 오늘이 42일째이다. 남은 5일 동안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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