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천사와 악마가 사는 학교

입력 2017-08-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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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세상에는 두 부류의 선생님이 존재한다. 제자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는 선생님과 분노 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선생님. 대부분의 선생님은 전자의 경우에 속할 것이다.

일례로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상일여고 교직원들은 10년째 ‘제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상일여고 교직원들로 구성된 ‘카네이션 장학회’는 2008년부터 (교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모아 장학기금을 조성,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업에 충실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충북의 제천중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교내 교직원들로 결성된 장학회 ‘사랑나눔회’는 매년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17년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자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은 누가 보더라도 존경의 대상이다.

반면 존경과는 거리가 먼 이들도 있다. 바로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이들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전북 부안 A고등학교 교사와 경기도 여주에 소재한 B고등학교 교사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교사의 탈을 쓴 악마’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고등학교 박모 교사는 최근 수년 동안 체육 수업시간에 여학생들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접촉해 성추행하고, 교무실로 따로 불러 성희롱한 혐의로 구속됐다. 박 교사는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 학생이 수십 명에 이르는 상황을 감안할 때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주의 B고등학교에서는 교사 2명이 무려 72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생 455명 중 여학생이 210명인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여학생의 3분의 1이 성추행의 피해자인 셈이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여학생에게 안마를 해 달라며 자신의 엉덩이 부분을 만지게 하거나 복도에서 마주친 여학생의 엉덩이 등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학교폭력·성폭력 고충 상담과 예방 교육 등을 담담하는 ‘학생 인권 책임자’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는 배움의 장(場)이자, 학부모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는 분명 해당 학교 학부모뿐만 아니라 자식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미치고 환장할 일일 것이다.

교사들의 학생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해 혹독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예방 정책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즉,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교사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에 앞서 교사와 학생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학교는 교사들의 학생 성추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이를 축소 또는 은폐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문제가 있는 교사는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발본색원(拔本塞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교내 성추행 사건을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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